[주말, 책을 만나다] 인공지능 시대, '라이프 3.0'을 먼저 이해하라

2017-12-14 06:00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 | 일본도자기여행: 교토의 향기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 맥스 테그마크 지음 | 백우진 옮김 | 동아시아 펴냄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 [사진=동아시아 제공]


네 살 짜리 딸내미가 물어본다. "아빠, '에이아'(AI·인공지능)가 뭐예요?" 지난해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도 지켜봤던 터라, 사뭇 젠체하며 대답한다. "인공지능이라고 하는 건데, 이게 발달하면 우리가 더 편리하게 살 수도 있고 그 반대로 불편하게 될 수도 있어." 딸아이는 다시 묻는다. "아니, 좋은지 나쁜지 말고 그게 도대체 뭔지 궁금하단 말이에요." "…." 꿀 먹은 벙어리가 따로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은 전 세계의 화두이자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인공지능이 발달해 인간 수준에 이르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그것은 인류 번영을 보장한다'는 사람들('디지털 이상주의자')이 있는가 하면, '인간 수준의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은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수백 년이 지난 뒤에야 등장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기술 회의론자')도 있다. 다 좋다. 그런데 우리, 인공지능을 제대로 알고 있긴 한 건가?

다중우주론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맥스 테그마크 MIT 물리학교 교수도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이 등장할까라는 질문에 솔직히 '모른다'고 말한다. 다만 그는 그런 인공지능이 등장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면, 그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테그마크는 생명을 세 단계, 즉 '라이프 1.0', '라이프 2.0' 그리고 '라이프 3.0'로 구분한다. 라이프 1.0은 박테리아처럼 진화를 통해서만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생명 형태이고, 라이프 2.0은 인간이 교육을 받아 직업인으로 살게 되는 것처럼 소프트웨어를 설계·전달할 수 있는 형태이다. 그가 강조하는 라이프 3.0은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하드웨어도 설계할 수 있는 생명 형태다. 예를 들면, 사람의 키를 10배로 늘리거나 뇌 용량을 1000배로 증가시키는 등 현재로선 불가능한 것들도 가능하게 하는 형태다. 

그가 라이프 3.0에 방점을 찍는 것은 미래에 개발될 인공지능, 가령 인간처럼 다양한 영역과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범용인공지능'이나 인간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범용지능인 '초지능' 등이 라이프 3.0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일을 왜 앞당겨 고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건대 화석연료, 전기, 핵에너지 등의 사용이 마냥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테그마크가 '화재보험'을 언급하며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류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면, 그것이 발생시킬 부작용의 규모도 그에 못지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468쪽 | 2만6000원

◆ '일본 도자기 여행 교토의 향기' 조용준 지음 | 도도 펴냄
 

'일본도자기여행: 교토의 향기' [사진=도서출판 도도 제공]


일본 교토(京都)는 '거닐고 있어도 그리운 도시'로 불린다.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문인 마쓰오 바쇼도 교토에 머무를 당시 '교토에 있어도 교토가 그립구나, 소쩍새 울음'이라는 하이쿠(俳句, 배구)를 지었다.

교토는 일본 문화 전반에 걸쳐 많은 문화재와 유물이 숨겨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교토를 '완전한 일본 색(色)으로 도배한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이곳만큼 조선인의 숨결을 많이 느낄 수 있는 곳도 없다.

일본 도자기사(史)에서 조선 자기의 흔적을 파헤친 '일본도자기여행: 규슈의 7대 조선 가마'의 저자 조용준이 이번엔 조용히 몸을 숨기고 도자기를 빚은 조선 사기장의 이야기를 들고 왔다. 그는 새 책 '교토의 향기'를 통해 일본의 다도(茶道)와 다구(茶具)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왜 발전할 수밖에 없었는지 등을 밝힌다.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다도 스승이었던 센노 리큐는 극도의 절제, 청빈한 초연함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매월당 김시습의 초암차(草庵茶)가 지닌 자연주의를 일본식으로 절묘하게 변형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센노는 고려다완(高麗茶碗)을 사랑했고, 조선 도공에게 다도에 쓸 찻사발을 굽게 했다. 이것이 일본의 명물 라쿠야키의 시초다.

센노에게 조선은 그가 동경하는 문화를 낳은 나라였으며 결코 침략할 수 없는 신성한 땅이었다. 도요토미가 자신에게 할복을 지시하더라도 조선 침략을 막아야 한다고 했던 것은 그에게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센노는 자결했고 조선 땅은 왜구에 유린당해 도자기와 사기장 약탈이 이루어졌다. 저자는 "교토는 조선 다구를 기반 삼아 다도 문화를 성숙시킨 도시"라며 "다도 문화와 도자기에 얽힌 그 치열한 연관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일본의 밑바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다도와 도자기가 '국화와 칼'로 대표되는 일본문화의 뿌리에 해당하는 셈이다.

다도의 완성은 무형의 깨달음이라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적하고 고담한 일본 다도 경지에 조선 사기장이 빚은 도자기가 있었다는 것은 일본 다도의 아이러니이자 한국 다도의 패배이다. 일본이 조선의 자기를 발전해 그들만의 다도 문화를 잘 가꿔온 데 비해 한국은 초암차를 발전시키기는커녕 그것이 있었는지조차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도와 도자기를 다루지만,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일제강점기 탓만 하면서 정작 우리나라의 좋은 문화엔 왜 관심을 두지 않았는가?"

520쪽 |2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