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을 만나다] 사소하지만 절대적인 행복찾기 비법
2017-08-17 05:00
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 만합니다 | 성냥팔이 소년 | 대한민국 부동산 7가지 질문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 만합니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 김윤경 옮김 | 와이즈베리 펴냄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 세대'는 이미 지난 말이 됐고, 집·인간관계·꿈·희망 등을 포기하는 'N포 세대'도 이젠 식상할 정도로 젊은이들의 삶은 각다분해진 지 오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9세 이상 성인의 평소 스트레스 정도를 조사·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많이 느끼는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4.7%, ‘매우 많이 느끼는 편’은 3.2%, ‘조금 느끼는 편’은 56.2%였다. 열에 아홉 이상은 평소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소리다.
교육 관련 식견과 지식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내 한국과 일본에서 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샀던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그러나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며 "소소한 행복이라도 내가 만족한다고 느꼈다면, 그 순간 행복은 바로 내 앞에 있다"고 단언한다.
이 책은 남과 비교해 상대적 우위를 차지할 때 얻을 수 있는 행복이 아니라, 자신만의 단순한 기준을 세워 꾸준히 그것을 추구하며 얻는 절대적인 가치가 바로 행복이라는 '절대행복론'을 설파한다.
사이토의 행복론은 철학적이거나 미학적이지 않다. 오히려 일상생활부터 취업, 결혼, 직장생활, 자녀양육 등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에 뿌리내린 '행복 찾기법'에 가깝다.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한 입 베어 무는 군만두가 그에게는 '절대 행복'이라는 식이다.
사우나와 만두는 적은 돈이 들면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매우 소박한 기준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것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가짐은 자족(自足)에서 비롯된다.
주어진 상황이나 타고난 기질 등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가진 자원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라는 조언이 새삼스럽게 가슴을 두드린다.
280쪽 | 1만4000원
◆ '성냥팔이 소년' 심규진 지음 | 부크크 펴냄
주경야작(晝耕夜作)하는 직장인 작가 심규진이 안데르센의 동화를 연상시키는 칼럼집을 내놨다.
자신을 추운 거리에 선 성냥팔이 소년으로 칭한 저자는 성냥개비가 타오르며 펼쳐내는 환상을 보며 그 시간을 이겨내듯, 자신의 이야기가 만들어낼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그 시간들을 견디노라 말한다. 그저 평범한 월급쟁이 청년일 뿐이지만 세상을 향해 외치는 소리만큼은 항상 간직한 채 살아가겠다는 '기개'는 그가 여간내기가 아님을 방증한다.
"성냥팔이 소년. 꽁꽁 언 손을 녹이기 위해 성냥 한 개비로 불을 피운다. 시뻘겋게 타오르는 불꽃 안에서 온갖 환상이 튀어나온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을씨년스러운 아버지 얼굴. 어머니에게 쥐어드린 빳빳한 5만원권 지폐. 누구에게도 구애 받지 않는 주말의 낮잠. 주 4일을 근무하고도 풍족한 월급 따위. 그렇게 환상을 구경하다 성냥을 몽땅 써버렸다. 날이 밝자 소년은 미소를 띤 채 죽어 있었다."
청년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담백하지만 직설적이다. 저자는 세상의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자 했고, 불합리한 논리에 반기를 들며 분노한다.
책은 △1부 성냥을 꺼내다 △2부 불을 붙이다 △3부 세상을 향하다 등 총 3부로 구성돼 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세상을 향해 던지는 저자의 선명한 생각이 도드라진다.
저자는 "세상에 던지는 나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눈곱만큼의 변화라도 주고 싶었다"며 "내 생각이 정답은 아니지만 이런 생각하며 사는 청년도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성냥을 모두 팔아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처연한 신세지만, 성냥을 파는 동안만큼은 세상 사람들이 차별 없는 행복을 누린다는 환상이 상그레 웃음을 짓게 만든다.
146쪽 | 1만1000원
◆ '대한민국 부동산 7가지 질문' 하승주 지음 | 스마트북스 펴냄
'6.19 부동산 정책'에 이어 '8.2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까지…. 부동산을 둘러싼 복잡한 신호와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정부에 따라, 또 당시의 상황에 따라 부동산 정책은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주택시장에 우리가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변화가 닥쳐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경제 관련 이야기를 풀어 온 하승주는 우리 주거생활이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월세시장 대두 등 커다란 변화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하며 "이제는 질문을 바꿀 때"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우리 경제는 '부동산 대폭락이 올 것'이라는 어두운 예언이 지배했었지만, 실제는 전혀 다르게 흘러왔다. '왜 부동산 대폭락은 일어나지 않았는가?', '폭락론에 귀기울였던 많은 이들이 간과한 것은 무엇인가?', '앞으로 주택시장의 대변화는 어떻게 시작될 것인가?' 등으로 질문을 바꿔야 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부동산 시장의 향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데다 '내집 마련'이 가정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국가는 부동산에 강력하게 관여한다. 그렇다 보니 부동산 시장은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시장이 됐다.
증권사, 국회의원 비서관, 청와대 출입기자, 경제부 기자 등으로 일하며 경제강의를 하고 경제 칼럼을 꾸준히 써온 '경제통'답게 부동산을 다루며 '경제학적 원리'를 끌어들이는 것도 눈길을 끈다.
부동산은 늘 '뜨거운 감자'이지만, 그만큼 냉정한 시선이 필요한 영역이다. 지난 10여 년간의 폭락론을 비판하고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예리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책이다.
256쪽 | 1만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