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을 만나다] '알아두면 쓸데 있는' 태양계 상식

2017-07-27 05:00
과학하고 앉아있네 | 포퓰리즘의 세계화 | 나인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과학하고 앉아있네 7: K박사의 태양계 탐사하기' 원종우·이강환 지음 | 동아시아 펴냄
 

'과학하고 앉아있네 7: K박사의 태양계 탐사하기' [사진=동아시아 제공]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기는 스낵처럼, 간편하게 향유하는 문화생활을 '스낵 컬처'라 일컫는다. 어렵고 딱딱한 과학도 이렇게 즐길 순 없을까?

그래서 '과학하고 앉아있네' 시리즈는 '스낵 사이언스'를 표방한다. 1권 '이정모의 공룡과 자연사', 2권 '이명현의 외계인과 UFO'부터 6권 '김대수의 사랑에 빠진 뇌'까지 이 시리즈는 궁금하지만 막연히 거리감을 느꼈던 과학을 눈앞에 성큼 가져다 놓았다.

태양계의 끝은 누가 정했을까? 태양계 밖에는 무엇이 있을까? 과연 태양계에는 생명체가 존재할까? 시리즈 7권은 우리가 속해 있는 태양계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딴지일보 논설위원이자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 진행자인 원종우와 정체불명을 주장하는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은 '수금지화목토천해' 8개 행성과 카이퍼 벨트(황도면 부근에 도넛 모양으로 천체가 밀집한 영역)로 편입된 명왕성 등 태양계와 외계 생명체에 대한 과학토크를 이어간다. 

"불쌍한 명왕성은 이제 카이퍼 벨트 내에 속한 왜소행성이 되었습니다. 여기까지가 태양계의 수금지화목토천해, 8개 행성과 그 위성들입니다. 그런데 태양계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정말 많은 분들이 여기서 끝나는 줄 압니다. 오르트 구름(Oort cloud)까지 포함한다면 거의 1광년이 더 있어요. 그 속에 신비한 것들이 많습니다."(본문 87쪽)

이 책이 쉽게 읽히는 것은 단지 저자들의 유쾌한 대화 방식 때문만은 아니다. 수은(水銀)이란 의미를 품고 있는 영단어 '머큐리'가 수성을 뜻하는데 왜 정작 수성엔 물이 없는지, 태양계에서 가장 뜨거운 행성인 금성은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이지만 왜 옛날 사람들은 '금발 미녀가' 그곳에 살 것이라 상상해 '비너스'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등 '알아두면 쓸데 있는' 흥미 거리가 시선을 끈다. 

136쪽 | 7500원

◆'포퓰리즘의 세계화' 존 주디스 지음 | 오공훈 옮김 | 메디치미디어 펴냄
 

'포퓰리즘의 세계화' [사진=메디치미디어 제공]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현 정치판은 정상이 아닙니다." "사탕발림 같은 말을 내뱉는 저 포퓰리스트를 그냥 두고 볼 겁니까!"

우리 정치판에서 포퓰리즘과 포퓰리스트는 대개 이런 식으로 거론·지목된다. 개인 또는 소속 정당의 안위를 위해 대중적 인기에만 영합하는 정치는 예외 없이 이런 억측과 무시를 받는다. 이런 대접은 과연 온당한가? 

1969년 잡지 '소셜리스트 레볼루션'의 창간 에디터로 시작해 50여년간 작가, 기고가, 편집자 등으로 활동해 온 존 주디스가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를 비롯해 프랑스의 국민전선, 영국의 영국독립당, 네덜란드, 덴마크, 오스트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포퓰리즘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주디스는 "포퓰리즘은 미국인이 창조해내 나중에는 라틴아메리카와 유럽으로 전파된 산물"이라며 "미국 포퓰리즘의 가닥은 미국독립혁명과 앤드루 잭슨 대통령이 미합중국 제2은행 폐지를 두고 벌인 전쟁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소개한다. 

그에 따르면, 포퓰리즘은 '엘리트(최상류층)나 기득권층에 대항하도록 보통 사람들을 결집시키려 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규정할 수 있는데, 흥미로운 대목은 그가 국민과 엘리트라는 두 요소로 이루어진 좌파의 그것과 이 두 요소에 외(外)집단이 더해진 우파 포퓰리즘으로 구분해 설명하는 부분이다.

좌파 포퓰리즘은 역사적으로 사회주의나 사회민주주의 운동과 달라 계급투쟁의 정치도 아니고, 반드시 자본주의 폐지를 추구하지도 않는다. 그 반면 우파 포퓰리즘은 일부는 파시즘에 뿌리를 두지만, 파시즘과는 다르다. 전쟁을 일으키거나 의회를 해산하라고 협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 인종차별, 이민 배척, 외국인 혐오 등 포퓰리스트들의 주장은 현실성 없는 '말도 안 되는' 불평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목소리는 지배적인 정치 이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수리가 필요하다는 신호이자, 표준적인 세계관이 고장 났다는 신호의 역할을 한다는 주디스의 지적은 포퓰리즘을 무턱대고 백안시하는 세태에 경종을 울린다.

284쪽 | 1만5000원

◆'나인' 조이 이토·제프 하우 지음 |이지연 옮김 | 민음사 펴냄
 

'나인' [사진=민음사 제공]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 인간은 자신이 만들어낸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화기, 영화, 컴퓨터, 인터넷 등의 중요성을 알아보지 못했던 앞 세대의 실수는 어떻게 해야 반복하지 않을까? 

세계적인 미디어융합 연구소 MIT미디어랩은 2011년 벤처 캐피털리스트이자 인터넷 보급자, 최초의 블로거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인 조이 이토를 연구소장으로 선임했다. 이토는 컴퓨터 과학에서 물리학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연구하던 중 대학을 중퇴해 학사 학위조차 없었지만, "미디어랩을 변화시킬 인물"이라는 초대 소장 네그로폰테의 평가를 받으며 연구소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MIT 미디어랩을 하나의 '생태계'에 비유한다. 아무도 연구하지 않는 것을 연구하는 가운데,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자마자 그것을 세상에 실제로 구현할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디어랩엔 여러 학과 사이를 넘나드는 것으로도 모자라 반(反)학과적인 문화를 자랑으로 삼는 200여명의 교수진과 연구원들이 있다. 

이토와 미디어랩 연구원이자 IT 분야의 베테랑 저널리스트인 제프 하우는 미디어랩이 불확실한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전공과 관심 분야가 각양각색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설립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최고의 원칙'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네트워크 시대 생각의 혁신을 위한 아홉 가지 원칙(△권위보다 창발(創發) △푸시(push)보다 풀(pull) 전략 △지도보다 나침반 △안전보다 리스크 △순종보다 불복종 △이론보다 실제 △능력보다 다양성 △견고함보다 회복력 △대상보다 시스템)이 그것이다. 

각 원칙에 얽힌 사례와 경험들을 접하다 보면 왜 이 책이 성공한 CEO가 책상머리에 앉아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쓴 경영전략서들과 다른지 알 수 있다. 

소규모 해커 집단이 정부에 대적할 수 있게 되고(비대칭성), 수많은 개별 부분이 아찔한 연쇄 반응을 낳으며(복잡성), 다음에 뭐가 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불확실성) 시대에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하는 저자들의 메시지는 간명하다.

"우리는 현재에 적응해야 한다."

328쪽 | 1만5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