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IT 스타트업 "현대판 동인도 회사가 시장 장악"…정부에 외국기업 규제 요구

2017-12-11 14:09

[사진=플립카트]


인도 스타트업들이 정부에 노골적으로 보호주의 정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도의 거대 스타트업들은 최근 인디아테크라는 로비 그룹까지 따로 만들어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라고 압박을 가할 예정이라고 CNBC가 보도했다. 

◆ "제 2의 동인도회사들이 인도 인터넷 장악" 인도 기업들 글로벌 IT 기업 견제 

인구 13억에 육박하는 거대 시장인 인도의 정보기술 (IT) 시장은 중국은 이은 블루오션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 중 하나다. 아마존과 우버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투자를 늘리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인도 기업들은 이같은 초거대 기업들의 자금 공세 탓에 자국 기업들이 고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가 중국과 비슷한 보호주의 정책을 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자이 세카르 샤르마(Vijay Shekhar Sharma) 페이티엠(Paytm)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인도 정부는 현대판 동인도 회사들이 자국의 인터넷을 장악하도록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인도를 대표하는 스타트업들은 로비 단체를 만들어 정부가 글로벌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규제할 것으로 촉구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는 인디아테크는 자국 기업들이 인터넷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도록 특혜를 주는 규제를 만들 것을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CNBC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CNBC는 "만약 이같은 규제가 통과될 경우 인도 기업들은 자국 시장에서 아마존과 우버 같은 기업들을 밀어내고 시장에서 선두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특히 개별 기업이 아닌 이익단체로 조직된 곳이 압력을 넣을 경우 더욱 효과적으로 정부를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 아마존·우버 등의 선전 두드러져 

이처럼 인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외국 기업 견제에 나서는 이유는 최근 아마존, 페이스북, 우버 등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업들의 우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의 자생 스타트업이자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이었던 플립카트는 과거에 비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에서도 아마존에 밀리기 시작하고 있다. 공격적인 자금 조달을 통해 인도 시장을 공략해온 아마존은 지난 10월 인도 최대 축제인 디왈리 시기에 처음으로 플립카트의 매출을 앞질렀다. 

인도 차량공유기업인 올라와 메신저 앱 하이크 등도 우버와 페이스북의 왓츠앱 등과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도 기업들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정부에 적극적인 외국 기업 규제를 요구해 왔다.  플립카트의 회장인 사친 반살(Sachin Bansal)는 지난해 12월 "중국이 이미 15년 전에 했던 것을 인도도 해야한다"면서 "우리는 당신들의 자본이 필요하지만, 당신들의 기업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차량공유기업인 올라의 창립자 바비쉬 아가르왈(Bhavish Aggarwal) 역시 "(현재 인도 시장은) 혁신이 아니라 자본의 양에 따라 성패의 경쟁이 달려있는 상황이 됐다. 시장은 자본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자금 공세로 자국 기업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외국 기업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은 인도 기업들이 이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모순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인도 기업들은 중국의 성공을 내세우면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중국의 기업들은 보호주의 정책 하에서 몸집을 키웠으며, 이제는 실리콘 밸리를 위협하는 규모로까지 성장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주장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처할 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거대한 시장인 인도를 둘러싼 국내외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CNBC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