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리 총리, 레바논 아닌 프랑스로 향할 예정

2017-11-16 10:33

12일(현지시간)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의 사우디 TV 인터뷰 모습. 그는 이 자리에서 며칠 내에 고국 레바논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히면서 사우디 억류 의혹 불식에 나섰다. [사진=AP/연합]


이달 초 돌연 사임을 발표한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며칠 내 프랑스로 향할 예정이다.

AFP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전화로 논의한 끝에 하리리 총리와 그의 가족을 프랑스로 초청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망명 제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리리 총리는 지난 4일 사우디를 방문하던 중 TV를 통해 이란의 내정간섭을 비난하고 헤즈볼라로부터 암살 위협을 토로한 뒤 돌연 사임을 발표하면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하리리 총리의 사임은 중동 전체에 충격을 던졌고, 레바논은 중동 패권을 잡으려는 수니파 맹주 사우디와 시아파 이란의 대리전 전쟁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됐다. 하라리 총리는 사임 발표 후에도 레바논으로 돌아오지 않고 사우디에 장기 체류하면서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최근 레바논에서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영향력 확대를 못마땅하게 여긴 사우디가 하리리 총리에게 사임을 종용했고 그를 억류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사우디에 자산 기반을 둔 하리리 총리가 최근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반부패 조사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리리 총리는 지난 12일 사우디 TV 인터뷰에 다시 등장해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다면서 우려 불식에 나섰지만 창백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오히려 의혹은 더 커졌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15일 하리리 총리가 사우디에 억류돼 있다면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관련국에 갈등 자제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특히 마크롱 총리는 적극적으로 중재 의사를 밝히면서 옛 식민지인 레바논에서 위기가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쏟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일 루브르 아부다비 준공 기념을 위해 두바이를 찾았을 때 기자회견에서 하리리 총리와 비공식적으로 접촉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