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드리운 레바논..다시 경기 침체 빠지나
2017-11-12 13:43
이제 막 본격적인 경제 회복에 들어서던 레바논이 다시 침체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중동에서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이란 간 갈등의 불똥이 레바논으로 튀면서 전운이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AP통신은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전격 사임한 이후 레바논을 향하던 자금이 갑자기 중단되고 레바논 경제 신뢰도도 급격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리리 총리는 지난 4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란의 내정간섭을 비난하고 헤즈볼라로부터의 암살 위협을 토로하면서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했다. 최근 레바논에서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던 사우디는 이란과 헤즈볼라를 싸잡아 비난하면서 긴장을 고조시켰다. 지난 9일에는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철수령을 내렸고, 바레인,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뒤따랐다. 그러나 이란과 헤즈볼라는 하리리 총리의 사임이 사우디의 압력에 의한 것이었다면서 하리리 총리를 억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레바논이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서 새우등 신세가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레바논 경제는 내전 후 역내 강대국들의 암묵적 이해 속에서 내전의 상흔을 씻고 회복 궤도를 찾던 참이었다. 1989년 타이프협정 후 레바논과 이웃한 사우디가 나서서 투자와 무역을 이끌었고 레바논 근로자들을 고용했다.
AP는 사우디와 걸프 국가들이 올 여름 카타르에 했던 것처럼 레바논에 이란과의 절연을 요구하면서 레바논을 고립시키고 레바논 근로자들을 퇴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22만에 달하는 사우디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레바논으로 돌아갈 경우 매년 20억 달러의 대외수입이 끊기게 된다.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은 레바논을 둘러싼 갈등이 무력충돌도 번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주 사우디를 찾아 갈등 자제를 촉구한 데 이어 11일 미국 백악관도 레바논 하리리 정권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한편 "외세가 레바논의 주권과 안정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고 미국 정치매체 더힐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