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공무원 시험’ 열풍…내년도 2만8000명 뽑는데 165만명 몰려

2017-11-17 08:51
1명 모집에 무려 2666명 몰린 곳도
시진핑, 반부패 강화하자 한 때 감소
연봉 인상에 취업난 겹쳐 다시 인기

중국 국가공무원시험 고사장 현장 [사진=바이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취임 후 실시한 강력한 반(反)부패 정책으로 다소 시드는 듯 했던 공무원의 인기가 취업 한파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더불어 공무원 연봉 및 퇴직연금 인상 등 금전적 개선책이 더해져 2018년도 '궈카오(國考, 공무원 시험)' 응시자는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인민망에 따르면 지난 8일 마감한 2018년도 궈카오 응시원서 접수 결과, 총 2만8000명 모집에 165만명의 수험생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지원자 수 148만명보다 17만명이 더 늘어난 것이다.

그 중 학사 이상의 학력을 모집하는 직무는 1만4460곳으로 전체의 약 89%를 차지했다. 석사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는 곳은 1979곳, 박사 이상의 고학력을 요구하는 전문가 직무는 17곳으로 파악됐다.

◆ 국제협력, 세관·세무 직별 가장 인기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직무는 중국계획생육(산아제한)협회 국제협력부 주임직으로 1명 모집에 무려 2666명이 지원했다. 그 외 세관, 국세국(한국 국세청급) 등 중앙 행정기관의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비인기 직무도 119곳이나 돼 부서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했다. 지원자가 '제로'인 직무가 가장 많이 포진한 곳은 해사국(海事局)이었다. 33곳의 직무에 아무도 지원하지 않은 것이다.  이곳은 해상 안전사고 수습 및 어선·선박 단속을 하는 기관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업무 강도 때문에 지원자들이 기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별로는 동북쪽에 위치한 랴오닝(遼寧)성과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 지원자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랴오닝성에는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직무가 13곳나 돼 지방 근무를 꺼리는 분위기를 보였다. 궈카오 준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대도시에 비해 환경이 좋지 않고 승진 기회가 적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반부패 정책으로 한 때 시들…최근 다시 증가세

 

최근 5년 중국 공무원 시험 지원 추이 [그래픽=김효곤 기자]


중국 국가공무원시험 응시자 수는 2013년 150만명, 2014년 152만명으로 늘었다가 2015년 129만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그러다가 2016년 139만명, 2017년 148만명, 2018년 165만명으로 서서히 증가세를 보여왔다. 

2015년 지원자 수가 폭락한 것은 시 주석 취임 이후 전개한 강도 높은 반(反)부패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시 주석은 집권 1기 출범 이후 공직자들의 공금횡령 금지, '삼공경비(三公經費, 접대·공무차량유지·해외출장 비용)' 절약, 실적 과대포장 금지, 회의 간소화 등을 골자로 한 '8항 규정(八項規定)'을 수립하고 위반자들을 엄중 처벌했다.

과거엔 중국 공무원들이 낮은 보수 때문에 별도로 지급되는 삼공경비를 개인적 용도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일부 공직자들이 이를 방탕하게 사용하는 관습이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자 시 주석이 개혁의 칼을 빼든 것이다.

'8항 규정'은 공직자들의 나태하고 방탕한 체질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현재까지 8항 규정 위반으로 처벌받은 공직자는 무려 20만명에 달한다.

◆ 월급 인상 등 금전적 개선책…다시 몰려

중국 공무원 열풍의 내면에는 베이징(北京)이나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에서 양질의 직장에 취직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점도 있지만 연봉 인상 등 금전적 개선책이 마련돼 '공무원=박봉'이라는 인식이 흐려진 측면도 있다.

낮은 연봉과 퇴직금은 중국 공직사회에서 느끼고 있는 가장 큰 불만 중 하나였다. 우리나라 9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중국 과원(科員)급의 1년차 월급은 4600위안(약 80만원) 정도다. 물론 60세에 정년퇴직을 하면 월급의 80%에 해당하는 퇴직연금을 평생 보장받지만 월급 자체가 워낙 적기 때문에 정작 퇴직 후 여유 있는 노후생활을 누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중국 내 공직인사를 담당하는 인력자원사회보장부는 지난 2016년 1월 단계적으로 공무원의 임금을 인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장 2016년부터 공무원 월급을 10%가량 인상하고 퇴직연금, 성과금·상여금 등 급여체계를 대폭 개선해 양질의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로써 지난 2003년 이후 동결돼 온 중국 공무원 봉급은 12년 만에 인상됐다. 공무경비를 엄격히 제한하는 대신 임금 인상이라는 '당근'을 꺼내든 셈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계획은 국가주석과 총리, 장관급 등 고위 공무원부터 일반 공무원까지 모두 망라되며 인상안에 따라 임금이 평균 60%에서 최대 100%까지 인상된다. 공무원의 기본급은 기존 630위안에서 1320위안으로 대폭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지도부가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임금 인상을 결정한 이유는 공직자에 대한 처우를 우선적으로 개선해 만연한 부정·부패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시 주석은 지난 10월 24일 폐막한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도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에 나서야 한다"면서 공직기강을 바로잡아 청렴한 조직을 만들 것임을 누차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