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신흥시장, 글로벌 금리인상 견디는 게 관건
2017-11-15 03:00
신흥국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서서히 긴축에 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신흥국 자산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미국 금리인상 전망과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신흥국 통화의 약세가 두드러진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터키 리라화는 지난 한달 동안 달러 대비 가치가 7%나 미끄러졌다. 멕시코 페소, 브라질 헤알, 콜롬비아 페소, 남아공 란드화는 동기간 3% 가까이 떨어졌고 러시아 루블도 2% 내렸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S&P는 글로벌 금리인상 환경에서 가장 위험한 5개국을 꼽았는데 모두 신흥국이다. S&P는 총부채, 경상수지 등 7개 변수를 근거로 터키,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이집트, 카타르가 선진국의 금리인상으로부터 가장 취약한 경제 환경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의 윈 딘 신흥국 전문가는 FT에 시장이 “연준의 2018년, 2019년 긴축 전망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신흥시장에서 투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올해 두 차례 금리를 올렸고 12월에도 추가 인상이 예고됐다. 내년에는 세 차례 인상을 전망하는데 JP모간은 지난주 내년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횟수가 네 차례로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만약 연준의 긴축에 가속이 붙을 경우 달러가 급격히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아직까지 전반적인 신흥국 투심은 안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에도 불구하고 달러지수는 연초 대비 8% 가량 내린데다가 최근 브렌트유가 배럴당 60달러에 안착하면서 원자재 수출국들의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신흥국들의 재정 건전화 노력도 계속되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감소하고 외환보유고도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힘입어 올해 신흥국 증시를 추종하는 대표적인 ETF인 아이셰어즈 MSCI 이머징마켓 ETF는 올해 들어서만 30% 이상 급등했다. 2009년 이후 최고치다. 밀러타박의 맷 말리 전략가는 CNBC에 “현재로선 신흥시장 랠리를 기대할 만한 이유가 넘친다. 신흥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상품 수출에 의존한다. 최근 구리와 원유의 상승세를 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 역시 “현재 신흥시장 랠리의 종말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죄다 뼛속 깊은 비관론자”라면서 낙관론을 거들었다. 블랙록의 케이트 무어 전략가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아직 상승의 초기 단계일 뿐”이라면서 “신흥시장은 더 달릴 여력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회사 슈로더의 필립 레스피나드 채권 애널리스트도 포브스에 “시장이 일본 영공을 가로지르는 미사일에도 반응하지 않았을 때에는 낙관론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신흥국의 과다부채 리스크는 정책 안정성이 향상되면서 앞으로 악화되기보다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대표적인 신흥국 브릭스(BRICs) 국가들의 경우 브라질과 러시아는 마침내 침체에서 벗어났고 인도와 중국은 여전히 강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작년 화폐개혁과 단일부가세(GST) 도입으로 올해 성장률이 다소 내렸지만 민간소비 회복과 정부지출 증가, 정책 안착에 힘입어 내년 성장률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러시아는 서방제재에도 불구,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회복하면서 물가 안정과 실질소득 증가로 소비 성장세가 기업투자를 견인하고 있다. 브라질은 테메르 정권을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서도 물가안정, 퇴직연금 활용 확대, 실질임금 상승 등이 소비 증대에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내년 달러가 급등할 가능성도 낮게 평가된다. 아직까지 연준은 여전히 급격한 긴축으로 인한 충격파보다 약한 인플레를 더 우려하고 있다. 대외정책연구원 역시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라 환율조작국 지정 압박 등으로 달러 약세 유도가 나타날 것으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