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도약의 키, 일자리] 국책은행, 구조조정·정규직 전환 '딜레마'

2017-11-16 19:00
기은, 무기계약직·정규직 6000명 전환…정부예산 승인 등 남아
이동걸 산은회장 "인력조정 불가피…일자리정책과 균형 맞출 것"

금융권의 일자리 창출은 채용 규모 확충 이외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노사 협의기구를 만들고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논의가 얼마나 매끄럽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또 기업구조조정 업무의 중심에 있는 산업은행이 부실 기업들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입장과도 상반된 기조다. 이 같은 딜레마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방점을 찍겠다고 밝혔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기업은행은 무기계약직 및 기간·파견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노사 간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청원경찰 등 기간·파견근로자에 대해서는 올해 9월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기업은행은 올해 말까지 6000여명의 정규직 전환을 이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노사 간 논의 뿐 아니라 공공기관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인원 승인 등의 문제가 남아 있어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산업은행도 지난달부터 논의를 진행했다. 협의기구 구성 과정에서 청소·시설물 관리 등 분야별 기간·파견근로자의 대표 선출에 애를 먹었지만, 원만히 꾸려 두 차례 만남을 가졌다.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들 사이에선 노사 협의기구 구성원이 너무 사측에 유리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노조는 말할 것도 없고 외부전문가는 산업은행과 기업구조조정 추진 등에서 밀접한 관계인 법무법인 및 노무법인 등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인사부서에서 무리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국책은행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에서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며 "이번 논의도 시간 싸움일 뿐 결국 원만하게 합의점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인력 조정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크다. 일자리를 유지한 채 부실 기업이 회생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의지와 상관 없이 정부 기조에 반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동걸 회장은 앞선 간담회에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약간의 인력 조정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일자리 창출과 구조조정이 크게 배치되는 않는다"고 못박았다. 비용 측면에서 구조조정을 많이 해 인력 구조조정 규모를 줄이겠다는 말도 전했다.

산업은행은 매각 무산 이후 자율협약에 돌입하게 된 금호타이어를 비롯해 앞으로도 꾸준히 채권은행을 대표해 기업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첫 단추가 중요한 상황이다. 이에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자리를 챙기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이르면 연말에 나올 금호타이어 정상화 방안이 일자리 창출, 구조조정 관계의 척도가 될 것"이라며 "이동걸 회장이 임기 동안 어떻게 균형 있게 조절할지 관심이 모아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