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지방공기업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선 관련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역 맞춤형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해선 해당 지역 특성을 가장 잘 아는 지방공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인데, 국가공기업에 비해 사업을 추진하는데 애로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서민주거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방분권형 도시재생정책 토론회에서 변창흠 SH공사 사장은 주택도시기금을 지방공기업에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창흠 사장은 이 자리에서 "주택도시기금 출자·출연·융자 대상을 국가공기업으로 한정하지 말고 지방공기업에도 지원해야 하며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한 공사채 승인제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지방공기업법령은 지방공기업이 직접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에만 공사채 발행을 허용하고 주택조합 등 민간과 공동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공사채를 발행 승인대상 사업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규 투자사업 타당성 검토 기준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수준으로 완화할 것을 제안했다. SH공사는 현재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총사업비 200억원 이상은 외부 전문기관의 타당성 검토를 거쳐야 하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총사업비 1000억원, 공공기관 부담액 500억원 이상일 때만 한다.

이어 지난 6월 청와대의 요청으로 행정안전부가 개최한 '지방공기업 도시재생 뉴딜사업 토론회'에서도 전국 광역·기초 도시개발공사 사장과 도시재생 담당 본부장들은 "도시재생 확대를 위해서는 먼저 LH에만 지원되는 주택도시기금을 지방공기업으로 확대하고 개발사업에 따라 증가할 공사채 규모를 고려해 행안부의 부채감축 목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전문가들도 주택도시기금을 도시재생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재우 목원대학교 교수는 "도시재생에 있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공공예산은 특혜시비나 형평성 문제 우려로 민간사업을 지원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으므로, 주택도시기금 등 공공기금의 역할을 확대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원 방식도 출자나 투자, 융자, 보증 등 자금 회수가 가능한 방법으로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지방공기업의 자산관리공사(AMC) 겸영에 대한 문제도 업계에서 꾸준히 논의되는 사안이다. 지방공사가 부동산투자회사를 활용해 임대사업을 하거나 도시재생사업을 하는 사례가 느는데 리츠(부동산투자회사)에 출자하는 방식 외에는 실질적 참여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허명 부천대학교 교수는 "도시재생과 주거복지에서 갈수록 SH공사와 같은 지방 공기업의 역할이 강조되는 데 반해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법과 제도는 획일적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상충되는 부분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지역 맞춤형 도시재생을 활성화하려면 관련한 제도 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