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어도 못하는 청년ㆍ쉬고 싶어도 일하는 고령층

2017-09-12 18:37
OECD 경제활동 참가율 발표

11일 오후 강원대 춘천캠퍼스에서 '청년희망 취업박람회'가 열려 한 취업자가 게시판을 바라보고 있다.[연합]

우리나라가 청년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인 반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참가율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층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고령층은 은퇴 이후에도 쉬지 못한 채 계속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청년층의 취업문은 여전히 바늘구멍이고, 고령층은 생활전선에 뛰어들어도 노인빈곤율이 해소되지 않는 데 있다. 사회복지‧노동 시스템 구조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25~29세, 30~34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각각 76.7%, 77.7%로 나타났다.

한국의 20대 후반 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 회원국 35개국 중 칠레와 함께 31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은 80.5%다.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회원국은 스위스로 90.9%에 달했고, 아이슬란드(90.1%)도 90%대를 넘어 뒤를 이었다. 3위인 일본은 88%로 우리나라와 비교해 11.3%포인트 높았다.

30대 초반의 경제활동 참가율 역시 OECD 평균인 82%에 미치지 못하며 32위에 그쳤다.

OECD 회원국은 20대 후반과 달리 30대 초반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90%를 넘는 국가가 6개국으로 더 많았다.

슬로베니아(93.6%), 룩셈부르크(93.1%), 포르투갈(92.1%), 스위스(91.5%), 스웨덴(90.7%), 아이슬란드(90.6%) 등이다.

이는 최근 청년층이 취업난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9.8%로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신유란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청년실업률이 높아진 것은 최근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은 급증했지만, 경제 전반적인 신규 일자리 창출력이 부족했던 게 원인”이라며 “이와 함께 수요와 공급간 질적 불일치, 즉 청년층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각종 스펙 쌓기와 대학원 진학 등으로 졸업이 늦어지고, 질 높고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공시생’이 늘어나며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었다.

여기에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육아에 전념하는 시기가 30대 초반이라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은 32.4세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층과 달리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에 속했다.

지난해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1.5%로 40.6%인 아이슬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OECD 평균은 14.5%로 한국은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는 20대 취업자를 처음으로 역전했고, 올해 2분기에는 60세 이상 취업자와 고용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하는 고령층은 많아졌지만, 정작 노인빈곤율은 2013년 기준 47.2%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연금제도나 사회복지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승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생계형과 경력활용형으로 노인일자리를 이분화하고, 고령자고용지원 정책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