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 '즐거운 사라' 25년…재출간은 가능·배포 때부터 문제
2017-09-10 18:56
출판 '표현의 자유' 영역 금지 못해
재출간 후 또 유해간행물 판정 땐
책 수거·폐기 리스크도 감수해야
재출간 후 또 유해간행물 판정 땐
책 수거·폐기 리스크도 감수해야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의 소설 '즐거운 사라'에 대해 일부 대형 출판사가 재출간 움직임을 보인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실제로 책이 다시 나오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과거처럼 배포 금지 처분 등이 내려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즐거운 사라'는 지난 1992년 책의 내용이 외설스럽다는 이유로 검찰로부터 수거된 뒤 현재까지 금서로 지정됐다. 마 전 교수는 이 사건으로 음란물 제작 및 배포 혐의를 받고 검찰에 구속된 뒤, 1995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확정판결까지 받았다.
지난 5일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된 마 전 교수가 생전 전과자 이력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과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동시에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즐거운 사라'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1992년 당시 '즐거운 사라' 개정판을 낸 청하 출판사 대표 장석주 시인이 일부 대형 출판사 대표로부터 '즐거운 사라'를 재출간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장 시인은 지난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부 유명 출판사로부터 '즐거운 사라 책을 내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현재 서점에서 '즐거운 사라'를 찾는 사람이 많아 책의 출판에 관심을 가진 출판사가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 시인은 이어 "마 전 교수는 생전에 '즐거운 사라'를 다시 출간하고 싶다는 얘기를 여러 번 했다"며 "내고 싶지만 낼 수 없었다.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사안이라 판결이 뒤집어지지 않는 이상 한국에서 출판이 안 됐다. 대신 일본에서 번역돼서 일본에서 꽤 많이 팔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즐거운 사라'는 1991년에 서울문화사에서 출간됐다가 검찰이 비공식적으로 '하지 말라'는 사인을 주니까 자진 수거된 것"이라며 "마 전 교수가 '즐거운 사라'에 남다른 애정과 애착이 있었다"고 전했다.
'즐거운 사라'의 재출간에 법적인 장애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태평양 권택수 변호사는 "'즐거운 사라'가 다시 출간되면 책의 내용이 똑같다 하더라도 배포 행위가 새로 있는 것"이라며 "1995년 대법원으로부터 '음란물'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더라도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권 변호사는 "20여년이란 세월 동안 음란물에 대한 사회적 통념 등을 비춰봤을 때 폭넓게 허용 가능하다면 다시 한번 검토해 볼 필요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무법인 아인 박준용 변호사도 "출판물이란 '표현의 자유' 영역이다 보니 사전금지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출판돼선 안 되는 도서의 경우에도 사후적으로 수거나 폐기 명령을 내리는 것이지 사전에 출판하지 말라고 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즐거운 사라'를 재출간 하려면 해당 출판사가 향후 책의 수거·폐기는 물론 형사적 부분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출판사 대표였던 장 시인은 1992년 당시 마 전 교수와 함께 음란물 제작 및 배포혐의를 받고 구속수감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첫 번째 걸림돌은 우선 재출간하는 출판사가 '즐거운 사라'가 다시 유해간행물로 판정을 받고 수거·폐기가 될 수 있다는 부담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책이 이미 한 번 대법원에서 형사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심의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이를 뒤집고 유해간행물이 아니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요즘 시대에 이 정도면 음란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일반인 법 감정과 별개로 이전 판결문에 나타난 '즐거운 사라' 표현 수위 등을 살펴봤을 때 지금도 충분히 문제 될 수 있는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검찰 역시 자의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