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죽음으로 몰고간 사법처리 누가?
2017-09-07 19:18
심재륜 지시·김진태 주도
수사 지시·지휘자는 의견 갈려
수사 지시·지휘자는 의견 갈려
"그걸로 인생이 엉망진창이 됐어. 감옥살이에 연금 박탈에 교수 면직에 정신병, 우울증, 그 많던 머리칼 다 빠지고, 젠장…."
지난 5일 숨진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는 2011년 4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설 '즐거운 사라' 필화 사건이 자신의 인생을 파멸로 몰아넣었다고 털어놓았다.
마 전 교수는 1992년 10월 음란물 제작 및 배포 혐의를 받고 검찰에 구속된 뒤, 1995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연세대에서 해직과 복직, 재임용 탈락 등 우여곡절을 겪다 지난해 8월 정년퇴임했다.
먼저 그의 사건을 맡았던 담당 검사는 당시 서울지검 특수2부 소속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다.
김 전 총장이 필화 사건을 맡은 배경에는 그가 보유 장서가 1만여권이나 될 정도로 인문학에 조예가 깊다는 점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장에게 수사를 지시한 인물이 누구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마 전 교수는 2005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문화일보 보도에 의하면 그때 현승종 총리가 지시한 것이고, 이건개 서울지검장이 지휘해서 김진태 검사한테 시켜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필화 사건 당시 서울지검 제3차장이었던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은 2012년 6월 다른 언론 기고문에서 자신이 당시 사법처리를 시작한 장본인이라며 마 전 교수의 주장을 뒤집었다.
심 전 고검장이 직접 소설 '즐거운 사라'를 읽고 나서 책의 퇴폐성과 외설성에 공식적으로 법의 잣대를 들이대고자 당시 부하였던 김진태 검사에게 책의 내용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는 것.
그는 해당 기고문에서 "나중에 마 교수가 어느 인터뷰에서 말한 것을 보니 마 교수는 당시 검찰이 '즐거운 사라'를 수사한 것에 대해 큰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분명한 사실은, 1992년 당시 '즐거운 사라'의 사법처리는 오롯이 나로부터 시작됐고 김 검사에 의해 진행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는 어떤 정치적 배경도 음모도 악의도 없었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명백하게 밝혀둔다"고 했다.
현재 심 전 고검장은 심재륜법률사무소 변호사로, 김 전 검찰총장은 법무법인 인의 고문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아주경제는 심 전 고검장과 김 전 검찰총장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