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설탕세 도입 검토… '설탕과의 전쟁' 세계 곳곳 확산
2017-08-17 17:19
베트남 정부가 이른바 '설탕세(Sugar Tax)'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과도한 당 섭취로 인해 급증하고 있는 비만 인구를 줄이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설탕세는 당이 함유된 음료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세금을 통해 음료회사가 설탕량을 줄이거나 제품 가격을 올려 소비자의 당 섭취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 베트남, 설탕음료에 특별소비세 부과 검토
17일 베트남 영문매체인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 재무부는 당이 함유된 음료에 대해 특별소비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것이 승인되면 탄산음료, 에너지음료, 스포츠음료, 인스턴트 커피 및 차 등에 추가 세금이 더해지게 된다. 재무부는 오는 2019년부터 시행할 계획인 설탕세로 10% 또는 20%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캔에 든 탄산음료의 경우 약 1만 베트남동(약 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 6월 발표된 연구 자료를 보면 베트남 성인의 25%가 과체중 또는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5세 이하 어린이의 비만율 역시 빠르게 치솟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설탕세 도입을 공식적으로 권고한 바 있다. WHO는 작년 10월 발간한 '음식 섭취와 비전염성 질병 예방을 위한 세제 정책' 보고서에서 비만 문제와 관련해 "당류가 포함된 음료에 20%의 설탕세를 부과하면 소비 감소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WHO는 "당류 음료의 소비 감소는 '무가당'으로 표시된 음식과 전반적인 열량 섭취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며 "과체중, 비만, 당뇨, 충치 등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가당 표시가 있는 가공식품은 생산, 조리, 소비 과정에서 글루코스, 과당 등 단당류 또는 이당류가 첨가되기도 한다. 자연에서 직접 얻는 꿀, 시럽, 과일 주스, 주스 농축액 역시 당 성분이 포함돼 있다.
WHO는 "단 음료와 무가당 식품의 섭취는 전세계적으로 비만과 당뇨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며 "설탕세가 도입되면 질병 발생과 건강 관리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설탕세 도입 국가 늘어나는 추세
이런 가운데 설탕세를 도입하는 국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011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설탕세를 도입한 핀란드는 1ℓ당 0.045~0.075유로(약 60~100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프랑스도 2012년부터 설탕이 포함된 음료에 따로 세금을 메기고 있다. 영국도 내년 4월부터 100ℓ당 설탕 5g이 함유된 음료에 대해 1ℓ당 18펜스를 부과하고, 8g 이상에는 24펜스를 가중할 예정이다.
세계에서 탄산음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멕시코는 2013년 10월부터 설탕 및 첨가당이 포함된 음료에 1ℓ당 1페소(약 64원)의 세금을 적용하고 있다. 설탕세 도입 이후 탄산음료 소비량은 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탄산세(Soda tax)'라는 이름으로 세금을 적용한다. 캘리포니아주(州) 버클리는 2015년부터 설탕 1온스(약 28.35g)마다 1센트(약 11원)씩 부과하고 있다. 미국 공중보건연구소가 2015년 3월 이후 1년 간 버클리 지역 수퍼마켓의 음료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탄산음료, 에너지음료 등 당 함유 음료 판매량은 이전보다 9.6% 줄었다. 반면 물 판매량은 15.6% 늘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태국이 최초로 오는 9월부터 설탕 6% 미만 함유 음료의 세금을 면제하고, 그 이상에 대해 설탕 함유량에 따라 차등적으로 세율을 적용할 방침이다.
◆ "저소득층 부담 커진다"… 반대 여론 만만찮아
다만 설탕세 도입과 관련해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당류가 많은 제품을 소비하는 계층이 주로 저소득층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 상승으로 저소득층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기업들 역시 매출 타격, 일자리 감소, 소비 위축 등을 주장하며 설탕세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