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원 전쟁 上] 리튬, 코발트 등 ‘하얀 석유’ 가격 상승에 떠는 산업계

2017-07-07 05:47

유진희·윤정훈·김지윤 기자 = 탄산리튬, 코발트 등 이른바 ‘하얀 석유’라 일컬어지는 2차전지 핵심원료의 가격이 올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전자와 자동차 등 국내 관련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2차전지는 최근 관련 산업의 발전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리튬과 코발트는 생산의 지역적 편재, 소수 기업의 과점 등으로 인해 불안정한 시장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 등 일부 기업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아 ‘신자원 전쟁’을 촉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6일 업계와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리튬 거래가격(중국 거래 기준)은 2015년 6월 43.5위안에서 올해 6월 124.8위안으로 2년 사이 186.9%가 올랐다. 특히 이런 증가세는 계속돼 최근 3개월 사이에도 7.2%나 비싸졌다.

코발트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7일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코발트 현물 가격은 t당 5만9500달러, 3개월 선물 가격은 t당 5만9000달러로 LME 상장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3개월 선물 가격 기준으로 올해 1월(3만2750달러)보다 약 80%가 올랐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 2만3750달러보다 약 148% 급등했다.

업계에서는 상하이카오스(중국) 등 선물투자 업체의 사재기와 중국의 수요가 크게 확대되면서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월 상하이카오스 등 세계 6개 헤지펀드가 코발트 6000여t을 매입해 보관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코발트 세계 생산량(12만3000t)의 5분의1에 육박하는 수치다.

폭스콘 등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제품의 용량 확대와 수명 연장을 위해 LFP(리튬, 인산, 철)보다 LCO(리튬, 코발트산화물)를 주로 사용한 배터리의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3년 내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의 생산능력을 현재의 6배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세계 코발트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콩고민주공화국의 내전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콩고의 코발트 생산량은 6만3000t으로 전 세계 생산량(12만6000t)의 50%에 달한다.

문제는 전기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의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과 코발트의 양은 스마트폰(3~5g)의 수십배에 이른다. 전기자동차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차전지 및 음극재 시장은 2020년까지 연 평균 23%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리튬과 코발트의 수급을 둘러싼 신자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국이 일본과 정치적인 문제로 희토류의 수출을 제한했던 것처럼 리튬과 코발트의 제재에 나선다면 국내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면서 “중국의 배터리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자국 산업의 보호차원에서 제재를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은 리튬과 코발트의 매장량이 자국 내에도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많이 있지만 수년 전부터 이들 자원의 추가적인 확보를 위해 해외에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다. 중국통계연감에 따르면 2009~2012년 사이 콩고를 비롯한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직접투자 누적액은 93억3000억 달러에서 212억3000억 달러로 배가 넘게 증가했다. 이 덕분에 중국은 지하자원의 개발과 채굴에 대한 상당한 권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