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여파도 여전한데···.” 코발트 등 가격 인상해 한숨 쉬는 배터리업계
2017-07-07 05:43
유진희·김지윤 기자= "리튬과 코발트 가격이 전년 대비 급격히 상승해서 원가 부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지난 4월 27일 삼성SDI는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일시적 수급불균형 영향으로 리튬과 코발트 가격 상승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분기를 끝낸 7월에도 삼성SDI와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업계의 한숨이 더욱 커지고 있다. 2차전지를 만드는 핵심 원료인 리튬과 코발트의 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으며,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는 여전히 골칫거리기 때문이다.
6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리튬 거래가격(중국 거래 기준)은 2015년 6월 말 43.5위안에서 올해 6월 124.8위안으로 2년 사이 186.9%가 올랐다. 코발트도 매한가지다. 지난달 27일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코발트 현물 가격은 t당 5만9500달러, 3개월 선물 가격은 t당 5만9000달러로 LME 상장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하이카오스(중국) 등 선물투자 업체의 사재기와 중국의 수요가 크게 확대되면서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전기자동차 등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당분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에 업계의 한숨은 커지고 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리튬과 코발트 등을 1차 가공한 부품을 중국이나 일본에서 대부분 들여오고 있다”며 “최근 가격 상승이 제품 단가에 반영된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으나 장기적으로는 가격경쟁력이 크게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리튬과 코발트 등 차세대 산업의 핵심이 되는 원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은 수년 전부터 아프리카와 남미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며 “최근 이들 자원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자 중국의 관련 업계들이 큰 수익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내부적으로 수급처의 다변화와 새로운 기술의 개발 등을 통해 2차전지의 부품 수급 리스크를 최소화하려고 하지만 기업으로서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나서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와 자원외교를 통한 원재료 확보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중국의 사드로 인한 피해가 여전한 가운데 제품의 생산 단가까지 올라 가격 경쟁력마저 더 하락하면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들어 한·중 관계에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드 보복도 수그러들 것으로 관측했으나 아직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규제는 여전한 상태다. 올해 들어 중국 정부가 다섯 번에 걸쳐 발표한 보조금 지급대상 전기에 삼성SDI·LG화학 등 국내기업이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단 한 종도 포함되지 않았다.
연간 생산량을 크게 올려 논란이 됐던 중국 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모범 기준 인증도 지난해 이후 진척이 없다. 모범 인증을 보조금 지급과 연계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인증 심사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증 기준도 확정되지 않아 국내 업계는 대응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의 경쟁력은 자동차와 가전 등 국내 대부분의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이대로 방치하다가 배터리업계가 해외 업체에 밀리기라도 한다면 그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