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공사가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추진 과정의 절차상 문제, 공문발송의 법적 문제 등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27일 '탈(脫)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공정률 30%에 육박하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백지화 여부를 묻기 위한 공론위를 구성키로 했다. 

전문가를 배제한 중립적 인사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에서 일정 규모의 시민배심원단을 선출, 3개월 이내에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현재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는 사실상 중단 수순을 밟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달 30일 근로자에게 "주말에 일할 필요가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주말인 1일부터 현장 작업을 중지했다. 지난해 6월 건설 허가가 난 이후 주말에 현장작업을 멈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평일 잔업도 중단될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 일용직 현장 근로자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상적으로 작업하고, 이후 업무량에 맞춰 하루 4시간에서 7시간의 잔업을 해왔다. 

그러나 주말과 평일 잔업근무 중지로 사실상 공사 중단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수원은 공사 중단을 위한 구체적 방안 및 지침마련을 위해 시공사에 건설 중단 기간의 현장 유지·관리계획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시공사가 이를 제출하면 한수원은 공사 일시중단에 따른 보상비용 등을 산정하고, 이를 시공사에 통보하면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공식적으로 중단된다.

비공식적으로 공사가 중단된 상황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일시중단 공문' 자체가 위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산업부가 지난달 29일 한수원에 보낸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기간 중 공사 일시 중단에 관한 이행협조요청' 공문을 공개했다. 

산업부는 공문을 통해 "국무조정실은 공사 일시중단 시 일부 비용발생이 불가피하나, 공론화 작업을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진행하기 위해 일시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발표했다"며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공론화 기간 중 일시중단할 수 있도록 귀사가 필요한 이행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원자력안전법 제17조에 따라 원전건설 일시정지와 취소결정 권한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있다는 점을 들어 산업부가 보낸 공문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원전공사 정지나 취소는 건설 과정에서 거짓이나 부정, 절차 미비 등이 드러나거나 원전의 안전성 이행 확보 조건을 위반한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공론화 기간 공사를 멈추는 조치도 절차적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결정됐고, 이를 국무조정실장이 직접 브리핑을 통해 발표함에 따라, 한수원의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통보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비전문가로 구성된 시민배심원단이 3개월 안에 결정하는 것도 비현실성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원전은 물론 전력수급, 환경문제 등에 전문지식이 없는 민간인에게 국가 에너지정책의 결정을 맡기는 게 옳은가라는 지적과 함께 3개월의 공론화 기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