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태양광 향하는 사정 칼날…'탈원전' 전철 안돼
2023-07-13 05:00
정부가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내년 상반기에 확정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신규 원전 필요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신규 원전 검토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는 물론 신한울 3·4호기를 반영한 2015년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이후 무려 9년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탈원전 정책 폐기를 선언하며 원전 생태계 복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건설이 중단된 원전 공사를 재개함과 동시에 이집트, 루마니아 등에 대한 수출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이번 신규 원전 검토는 국내 반도체, 배터리,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해 국가 산업단지가 확충되고 있는 터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지난 정부에서 원전은 찬밥 신세였다.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월성 1호기가 조기 폐쇄됐으며 영덕 천지 1·2호기, 삼척 대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백지화됐다. 국내 탈원전과 별개로 수출을 통해 원전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겠다던 계획 역시 수주에 연이어 실패하며 결국 무위에 그쳤다.
원전 산업이 궤멸 위기에 몰렸던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날개를 달았다. 보급에 초점을 맞춘 신재생에너지 정책 덕에 지난해까지 국내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5년 만에 3배로 늘었다. 전력망, 저장시설 등을 고려하지 않고 보급에만 치중한 결과 올봄 출력 제어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탄소중립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했던 태양광은 최근 '지난 정부가 추진하던 비리 사업'으로 낙인 찍히며 수세에 몰렸다. 정부 조사 결과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추진한 태양광 사업에서 5800억원 넘는 위법 사례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태양광 산업이 정부의 눈밖에 나면서 한국전력은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태양광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기도 했다. 서약서에는 '임직원 본인 명의의 태양광발전 등 전력 사업은 물론 겸직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는 임직원 가족 등 지인 명의의 태양광 발전 사업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거나 운영상 참여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선에서 태양광 산업을 주도했던 발전 공기업들도 자체 감사를 통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부정 행위가 있었는지 적발에 나섰다.
한 발전공기업은 지난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맡았던 사업조직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고 10여 건에 이르는 처분 요구 사항을 적발했다. 지적 사항으로는 태양광 사업 추진 과정에서 투자, 검토 용역 등이 적절치 않았다는 감사 결과도 있었지만 육아시간제 관리 미흡, 근태, 법인카드 사용 부적정 등 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떨어지는 처분 요구 사항도 나왔다.
공기업 관계자는 "회사 규정을 준수해야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담당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감사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난 정부의 국정과제를 담당했던 직원에게 칼날이 향한다면 누가 핵심 업무를 맡으려 하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태양광 업계에서도 이번 조사에 따른 산업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감독원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대출 전수조사 여파로 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묻을 닫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탄소 배출이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는 수출 시장에 대비해 RE100 등을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위축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앞선 10차 전기본에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1.5%로 설정했다. 지난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서 설정한 30.2%보다 낮아진 수치지만 설비 용량을 지금보다 5배나 늘려야 하는 도전적인 목표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번 태양광 관련 조사가 지난 정부에서 실패한 탈원전 정책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