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시간대서 쫓겨나는 中연예인 예능

2017-07-06 17:28
중국 TV 방송 수준 높이기… 연예인 중심 예능서 '문화 예능'으로

중국 인기 예능 프로그램 ‘극한 도전(極限挑戰)' 포스터.  [사진=바이두 ]


아주차이나 박은주 기자 = 올 하반기부터 중국 위성TV 황금시간대에서 연예인들이 나오는 예능을 볼 수 없게 된다.

이는 최근 2년 동안 생긴 '예능제한령', '연예인 자녀 예능 금지령',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등에 이어 지난 6월 초 광전총국이 새롭게 발표한 '인터넷 시청각 프로그램 방송 관리 강화에 대한 통지'에 따른 조치다.

중국 관영 양광망(央廣網) 등 현지 매체들은 이달부터 저녁 8시반부터 10시 사이의 황금시간대를 주름잡던 연예인 예능이 이 시간대에서 전면 퇴출된다고 보도했다.

광전총국은 황금시간대에서 연예인 위주 예능 프로그램을 밀어내고 문화류 프로그램을 방영할 계획이다. 중국 방송계에 만연한 연예인 의존형 예능 체계를 재편하고 방송의 수준을 높이겠다는게 이번 정책의 주요 목적이다. 이 정책에는 우스꽝스러운 분장 등을 제재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는 오후 7시~9시를 예능 프로그램의 황금 시간대로 여긴다. 그동안 이 시간대에는 인기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하는 '극한도전(極限挑戰)', '도전자연맹(挑戰者聯盟)', '쾌락대본영(快樂大本營)' 등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하지만 새로운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9일부터 방영될 예정인 인기 예능 프로그램 ‘극한 도전 시즌3’는 방송시간을 기존의 오후 9시에서 10시로 늦추고, 판빙빙(范冰冰)이 출연하는 인기 예능 '도전자연맹' 역시 오후 10시로 방송시간을 옮기기로 했다. '와라 형제여(來吧兄弟)'와 음식 예능 '중찬팅(中餐廳)' 등 다른 황금시간대 예능 역시 심야 시간대에 방영될 예정이다.

연예인 위주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들도 이 정책을 완전히 피해가지는 못했다. 20년 동안 한결같은 사랑을 받았던 중국 대표 종합예능 '쾌락대본영',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스 오브 차이나(中國新歌聲), '중국판 복면가왕(蒙面唱將猜猜猜)' 등은 기존의 방송시간대는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일부 방송 내용에 대한 개편 요구를 받았다. 

아울러 연예인 예능이 빠진 황금시간대에는 광전총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문화류 예능이 빈자리를 채울 예정이다. 후난(湖南)위성TV, 상하이(上海)의 둥팡(東方)위성TV, 저장(浙江)위성TV, 장쑤(江蘇)위성TV 등 방송사들은 내년을 전후로 시와 관련된 문화 예능을 대거 선보인다. 

최근 몇년 동안 TV 예능에 대한 규제가 잇따라 발표됐기 때문에 연예인 위주 예능을 제재하는 이번 정책 역시 예측 가능한 수순이었다는 평이 나온다. 광전총국은 과거에도 예능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과도한 출연료를 받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 시즌(12편) 당 적게는 몇백만 위안에서 많게는 5000만 위안을 넘어가는 연예인 몸값이 제작 비용의 60%에 달하는 반면, 순수 제작에 드는 비용은 총 비용의 30%에 불과하다. 이에 시장경쟁이 가열되는 걸 막고 방송 수준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이번 정책을 내놨다는게 광전총국의 입장이다.    

중국 방송가에서는 새로운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인터넷매체 제멘(界面)은 이 정책으로 가장 난감해진 건 스타들이 아닌 방송사들 일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예인의 입장에서는 TV 예능의 출연이 제한돼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적어졌을 수는 있지만, 드라마나 인터넷 예능에 출연하면 되기 때문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보긴 힘들다.

이에 비해 TV 예능 시장은 구명줄로 여겼던 연예인 예능에 제약이 생기면서 사면초가의 상황을 맞았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인터넷 예능이 TV 예능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들이 중국 당국의 엄격한 예능 제재로 인해 TV 방영이 불가능해진 중국판 '아빠 어디가', 오디션 프로그램 '콰이러난셩'(快樂男聲) 등 예능 프로그램들을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판으로 내보내면서 인터넷 예능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에 TV 예능계는 인기스타를 출연시키며 시청자들을 붙잡아 겨우겨우 시청률을 유지했다. 그러나 역으로 인기스타들의 출연료에 손발이 묶여 버리며 절반이 넘는 제작비용을 연예인에게 바치게 된 것이다. 

중국 내부에서는 광전총국을 두고 인터넷 방송에서 보낸 '스파이'가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TV 예능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면 엄격할수록 인터넷 방송에게 더욱 많은 기회가 돌아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