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래를 이끌 황금 산업] ① 유아(幼兒) 산업

2017-06-22 16:31
‘두 자녀’ 정책 힘입어 베이비 스튜디오·유아용 로봇·카시트 시장 유망
베이비 스튜디오… 한국 업체들 中 최대 O2O 사이트 소비자 평가서 1위
유아 카시트… 생산은 세계 최대 사용률은 0.1% 불과, 성장 가능성 높아
유아용 로봇… 소득 늘고 자녀 교육열도 높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 머물러

아주차이나 김중근 기자 = ‘잠자는 사자를 깨우지 말라’고 경고했던 나폴레옹의 우려는 정확했다. 잠에서 깨어난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성장률이 6%대로 떨어졌다고 하지만 경제규모 성장을 감안하면 결코 낮은 숫자가 아니다.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나라’라는 의미로 생겨난 용어 ‘G2(Group of 2, 미국과 중국)’는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보통명사가 됐다. ‘중국의 현재 모습’은 다양한 구성요소들의 총체다. 요소 중의 요소는 경제 성장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이다. 중국의 현재 모습을 들여다보고, 또 미래를 전망해보기 위해 중국 산업의 면면을 조망해보는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주>
 

중국 유아용품 최대 규모 전시회인 CBME 전시회장에 들른 방문객들이 유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뒹굴러]



중국은 2016년 1월 1일부터 둘째 출산을 전면 허용하는 ‘얼하이 정책(二孩政策)’을 시행하고 있다. 전면이태(全面二胎)라고도 불린다. 1971년 경제발전계획에 1자녀 정책을 의미하는 ‘계획생육(計劃生育)’이라는 표현이 등장한지 45년만의 일이다.

2014년에 부모 중 한 사람이 외동이면 둘째 출산을 허용하는(單獨二胎) 등 출산정책을 완화시키다 둘째 출산 전면 허용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이다. 저출산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계획생육 실시 이후 6억명의 인구가 줄었다고 한다.

현재 중국의 14세 미만 아동인구는 2억2000만명이며, 전체 인구의 약 16%를 차지하고 있다. 1998년 이후 중국 출생인구는 2000만명을 넘은 적이 없다.

중국 국가위생계획출산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도에 병원 분만으로 태어난 신생아 수는 1846만명. 전년 대비 11.5%(약 200만명) 상승한 수치다. 이 중 둘째 이상의 신생아 비율이 45%를 넘었다. 두 자녀 정책이 연간 출생 신생아수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근거다.

‘두 자녀 정책’으로 신생아수가 늘어나자 관련된 유아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아는 생후 1년부터 만 6세까지의 어린아이를 말한다. KOTRA에 따르면 중국의 유아산업은 현재 연 1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시장규모는 2조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산부인과를 비롯 산후조리원과 유아 조기교육, 유아 스포츠센터 등 엔젤산업 서비스 분야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사진촬영 시장도 그 가운데 하나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태어난 젊은 부모를 중심으로 아동사진 촬영 붐이 일고 있다. 소득수준 향상과 자녀 양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유아기 사진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과 설비를 갖춘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면 성공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상촬영학회에 따르면 ‘베이비 스튜디오’ 시장규모는 1990년대 말을 시작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체 인물 촬영 산업 중에서 아동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22.7%에 달한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 전역에서 아동사진을 촬영하는 기업 숫자는 9만여 개, 종사자는 135만명에 달한다.

중국에서는 통상적으로 성장 시기별로 촬영하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면 ‘임산부 촬영→신생아 촬영→100일 촬영→돌 촬영→2세 촬영→3세 촬영→4세 촬영→5세 촬영’과 같은 식이다. 12세까지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

베이비 스튜디오 시장의 발전은 앨범 액자와 의상, 액세서리(모자·목걸이·머리띠·머리핀·핸드백 등) 등 관련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도 예외는 아니다. 기획 단계부터 고급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 대한 마케팅을 펼쳐 신생아 단계에서 ‘성장 앨범’을 계약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 대한 채널 확보를 베이비 스튜디오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현재 중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 베이비 스튜디오’는 베이징(10여개)과 상하이(20여개)에 집중돼 있다. 항저우, 광저우, 청두, 충칭 등 2선 도시에도 3~5개씩 정도가 진출해 있다.

한국 베이비 스튜디오들은 중국의 유력 소비자 평가 사이트인 ‘디앤핑(点評)’에서 인기 1순위를 기록하는가(W사) 하면 우수업체상을 수상하는(S사) 등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디앤핑은 2016년 말 기준 432만 개사 입주, 6억명의 회원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내 최대 O2O 공동구매 사이트다.

‘유아 카시트’ 시장도 전망이 밝다. ‘두 자녀 정책’에 따른 신생아수 증가와 자가용 보유 인구 급증, 카시트 의무 설치 등 관련 교통법규 정비 노력 등의 영향 때문이다.

중국 교통안전기관에 따르면 중국 내 아동 안전사고 사망률은 유럽의 2.5배, 미국의 2.6배에 이른다. 대다수 선진국은 유아 카시트 사용 비율이 90%에 육박하지만 중국은 0.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카시트 사용 비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아직 유아 카시트를 이용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데 주로 기인한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가격이 비싸거나 설치방법을 모르는 것도 카시트를 구입하지 않는 이유에 속한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유아 카시트의 주요 생산기지다. 매년 1000만개의 유아 카시트를 생산한다. 하지만 생산된 유아 카시트의 대부분은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유아 카시트에 대한 중국 내수시장은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했다. 유아 카시트 관련 법규 미비와 안전 테스트 등의 기술지원 부족도 자체 브랜드 생산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아 카시트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고 있다. 중국판 ‘아빠 어디가?’와 같은 육아 예능 TV프로그램 영향으로 유아 카시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유아 카시트 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들에게 중국 시장은 매력적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 브랜드보다 해외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게다가 최근 중국 지방정부들이 카시트 관련 교통법규를 마련하고 있어 유아 카시트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전(深圳)시는 지난 2015년 1월부터 4세 미만 아동이 승차 시 유아 카시트를 이용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상하이(上海)시는 올들어 지난 3월부터 4세 미만 아동의 유아 카시트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중국 최대 신용평가회사인 신화신(新華信·SINOTRUST)의 유아 카시트 구매성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는 품질과 안전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있으며, 브랜드의 경우 북미 지역 브랜드를, 가격대의 경우 501~1000위안(약 8만원~16만원)의 제품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분야가 ‘유아용 로봇시장’이다. 중국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서비스 로봇시장은 매년 2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에는 22억 달러를 넘어서 전 세계 시장의 6%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특히 소득 증가와 자녀에 대한 높은 교육열로 인해 유아용 로봇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동과 관련된 일상 소비가 가구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1 수준에 달한다. 구성요소별로는 교육이 37.6%로 가장 많고, 음식 24.4%, 의류 18.8%, 오락 10.4%, 완구 8.8% 순이다.

유아용 로봇시장은 높은 성장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불고 있는 창업 열풍이 유독 유아용 로봇시장 분야만큼은 비껴간 듯하다.

현재 중국에는 많은 업체들이 유아용 로봇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선전(深圳)에 소재한 ‘UBTECH’와 ‘MAKEBLOCK’ ‘UYEH’ ‘바바텅(巴巴騰)’을 비롯 베이징(北京)의 ‘360公司’와 상하이(上海)의 ‘partnerx’ 등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차별성 부족, 업계 표준 미비로 인한 안전성 미비, 개인 정보유출 우려 등의 이유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중국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중국 유아용 로봇제품들은 태블릿 PC 기술을 조합하는 수준인데다 기능도 단순해 기존의 단순한 IT제품과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주 소비층이 안전성에 민감한 유아층이지만 로봇 제작에 들어가는 재료와 디자인 등 디테일한 측면에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두 자녀 정책은 베이비 스튜디오와 유아 카시트, 유아용 로봇뿐만 아니라 유아 스포츠센터, 완구, 유아 조기교육 콘텐츠 등 중국 ‘유아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섬세한 기술력과 차별화 전략을 내세울 수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는 그만큼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