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계 개편❶-성과형 직무제 뜬다]성과연봉제 도입 공공기관 들어보니 “일방통행, 소송 통해서라도 막겠다”
2017-06-07 16:33
시중은행도 성과연봉제 도입 재검토
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현재 기관을 상대로 소송 중이다. 작년에 노조를 배제한 채 밀어붙이기 식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있고, 승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한 노조원은 단호하게 이같이 말했다.
성과연봉제를 이미 도입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대다수 공공기관의 노조는 성과연봉제 폐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성과연봉제 도입 기한을 일방적으로 정하는 등 무리하게 추진하다 노사 간 갈등만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부 기관은 법원에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소송을 냈고, 한국노총은 정부의 성과연봉제 추진 등이 노동 3권인 '단체교섭권'을 위반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최근 법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 근로자들이 공사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무효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다른 기관의 성과연봉제 관련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KDB산업은행 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 무효를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예금보험공사 노조도 지난해 노사 합의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KDB산업은행 한 노조원은 “노사 간 합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 데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도 바뀌었기 때문에 성과연봉제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라며 “현재 성과연봉제를 대신해 ‘성과형 직무제’가 거론되는데 생소한 개념이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등 금융권도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재검토할 분위기다.
신한‧우리‧KB국민은행 등 7개 시중은행 노조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의결했던 이들 은행은 올해 안에 노사 간 협상을 벌여 내년 1월부터 성과연봉제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들 은행 역시 노사 간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성과연봉제 폐지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마냥 도입을 강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말 은행권이 일괄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외압이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와 논란이 커지는 실정이다.
시중은행의 한 노조원은 “절차를 무시하고 노조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도입한 방식에 문제가 제기된 이상, 작년에 의결된 성과연봉제는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모인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대노총 노조 위원회는 “새 정부 공공부문 정책 중 교섭대상인 고용, 근로조건에 대해 노정 간 협의 테이블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과연봉제 도입 시 사측의 강압으로 노조가 형식적인 동의를 한 경우, 이미 성과급을 지급하거나 기관평가에 점수가 반영된 경우 등은 노동계와 정부가 논의해 폐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