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황금기' 끝난 중국 떠나 '인도'로

2017-05-18 14:35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 "완다, 비구이위안 등 대형업체 인도에 눈길"
중국 부동산 주춤, 인도는 시장은 회복 국면...당국 지원 확대도 긍정적
쉽지 않은 길 , WSJ "중국과 같은 궤도 걸을 것이라 생각하면 안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이 17일(현지시간) 중국 부동산 시장이 힘을 잃으면서 중국 대형 부동산업체가 인도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AP연합]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당국이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 고삐를 바짝 죄고 뜨거워졌던 시장 열기가 서서히 냉각될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업체가 서서히 '뜨는'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중국 부동산의 '황금기'가 이미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데다 최근 부동산 투기 '광풍(狂風)'이 불었던 1선도시, 인기있는 2선도시의 주택구매 문턱이 계속 높아지고 3, 4선 중소 도시 재고는 증가하는 등 부정적 신호가 감지된 때문이다. 

FT는 중국 최고부호 왕젠린(王健林) 회장이 이끄는 부동산 개발업체이자 종합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다롄완다그룹을 비롯해 비구이위안(碧桂園),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푸싱(復星)그룹, 화샤싱푸(華夏幸福) 등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가 추진 단계는 다르지만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한 시동을 건 상태라고 전했다. 

완다의 경우 지난해 1월 인도 북부에 위치한 하리아나 주 당국과 100억 달러 규모 신도시 건설 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완다가 대규모 주택단지는 물론 세계적 수준의 종합형 상업단지를 조성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푸싱그룹은 지난해 9월 부동산 사모펀드를 통해 인도 시장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화샤싱푸도 지난해 자회사를 통해 인도 하리아나 주와 인프라 확충 관련 MOU를 체결하고 민관협력사업(PPP)으로 신(新)산업도시 조성에 힘을 보탤 뜻을 밝혔다. 

모빈(莫斌) 비구이위안 사장도 올해 초 "인도 부동산 사업 추진을 위한 협상을 당국과 진행 중으로 연내 개발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부동산개발업체가 중국에서 인도로 시선을 돌리는 것은 중국 부동산 시장은 주춤하고 있는 반면 인도 시장은 최근 부진에서 벗어난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때문이다. 정부 당국 차원의 대대적 투자가 예고돼 전망도 밝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이후 침체 국면에 진입한 인도 부동산 시장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서서히 달라지는 모양새다. 부동산 대출금리를 낮추고 보조금 제공, 각종 세제 혜택 등을 내놓으면서 투자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크레디트리요네증권(CLSA)은 향후 7년간 인도 부동산 시장에 1조3000억 달러 규모 투자 붐이 일 것으로 내다봤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총 6000만채의 주택을 건설하고 이 과정에서 일자리 200만개 창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0.75%p 기여 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인도 시장 진출의 길이 탄탄대로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FT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많은 중국 기업이 인도가 중국과 비슷한 발전 궤도를 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인도 사회와 제도는 중국보다 훨신 복잡하며 특히 토지 소유·개발 관련 난이도가 높다"고 밝혔다. 토지 사업의 주도권을 대부분 각 지방정부가 소유하고 있어 중앙정부 차원의 통합 정책을 실시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완다그룹 사업에도 최근 제동이 걸렸다. 지분 분배에 있어서 현지 정부와의 의견이 엇갈린 때문으로 알려졌다. 완다그룹은 해당 사안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