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칼럼] 닻 올린 인도의 거대 인프라 구축 시장

2017-05-18 14:19
이복남 아시아인프라협력대사

                          [이복남 아시아인프라협력대사]


13억의 인구, 카스트라는 독특한 신분제도와 남한 면적의 38배에 달하는 땅을 가진 인도가 세계로부터 주목 받고 있다. 이전까지 인도는 중국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현재 인도는 전 세계 경제인들이 몰려드는 미래 경제의 중심지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에는 국내외 경제인들이 모여들면서 도심지의 중소형 아파트 월 임대료가 500만원을 넘어섰지만, 이마저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1인당 연평균 소득이 2000달러 이하인 나라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지금의 인도다.

모디 총리는 2014년 5월 집권 이후 세제개혁에 이어 화폐개혁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면서 인도를 세계 경제인들에게 주목받는 시장으로 만들었다. 2015년부터는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7%를 넘어서는 등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로 부상했다. 2014년 전과 후를 달리 봐야 할 이유가 충분하기에 세계인들이 인도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모디 총리가 주도하는 ‘모디노믹스’ 정책에는 국토 및 도시 인프라에 대한 거대 계획이 담겨 있다. 2021년까지 스마트시티 100개를 건설하고 서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제조 강국 인도(Make in India)’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제 성장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육상과 항만, 공항 교통인프라 구축이 불가피하다. 제조 공장을 돌리기 위해서는 전력인프라 구축도 피할 수 없다. 국내 건설업체에 있어 인도의 거대한 인프라 시장은 좋은 기회이다.

이미 인도 스마트시티 건설과 관련, 한국은 제1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2015년에는 양국 정상 간 스마트시티 협력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사회기반시설 건설 역시 인도에서 한국의 경험과 지식을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상황이다.

현재 인도의 국토 인프라 종합 충족도는 우리나라의 약 62%로 낮은 편이다. 행정수도인 뉴델리와 경제수도인 뭄바이를 잇는 고속도로나 철도 등 간선교통망의 충족도 역시 우리나라의 55%에 불과하다. 공항과 항만 인프라의 충족도는 우리나라의 약 20%대에 머문다. 인도 전체 대외 물동량의 70%를 소화시켜야 하는 뭄바이 항만의 하역처리 능력은 부산항의 27%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하다.

전력은 대도시와 산업단지에서 필요한 만큼 쓴다고는 하지만 연간 50억KW(킬로와트) 전력을 수입해야 할 만큼 전력난이 극심하다. 도시 인구 비중이 약 33%로 낮지만 2010년부터 매년 2.4%씩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 인프라 부족으로 인도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스마트시티 100개 건설도 당장의 도시 인프라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이라는 게 현지에서 내린 결론이다.

그간 인도 인프라 시장을 외면했던 국내 건설업체의 생각이 바뀌어야 함을 현지 체험을 통해 확인했다. 지금의 인도는 차세대 중국도, 2014년 이전의 인도도 아니다. 인도 시장은 알면 알수록 기회가 넓어지지만 중국 시장은 알면 알수록 빨리 빠져 나와야 한다는 게 통설이다. 인도는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대우가 적고 문화를 수용하는 것도 중국보다 훨씬 유연하다.

한국 건설이 인도시장을 외면하더라도 인도는 대안을 찾을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해외 인프라 시장은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 대항전으로 변했다. 국가와 기업이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 해외 인프라 시장은 청년들에게 무한한 도전의 무대가 될 것이다. 투자개발형 해외 인프라 시장은 지혜와 지식이 총동원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건설이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해외 인프라 시장을 넓혀가야 할 시점에 도달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