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의 ‘전략적 우군’ 삼성전자 ‘신경 쓰이네’

2017-05-08 04:00
자금 지원 등 통해 ‘2위 다툼’ 효과
양강체제 전환 가능성에 내심 당혹
삼성전자 “제휴에도 1위 영향없다”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LG전자와 팬택 간 제휴 추진과 관련, 삼성전자는 특별한 의미는 없다는 입장이면서도 내심 신경은 쓰는 분위기다.

7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양사 간 제휴설에 대해 “아직 확실히 드러난 것이 아무것도 없어 진위 여부를 파악 중이다”라면서도 “어떤 방향이라도 팬택이 살아날 수 있다면 우리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고 전했다.

글로벌 시장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폰과 함께 LG전자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계열사인 LG 유플러스를 통해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도 겸하고 있어 자사 스마트폰 유통에 있어 삼성전자보다 유리한 입지를 구축해왔다.

이러한 구도를 희석시키기 위해 삼성전자는 팬택과 전략적 우군 관계를 맺어왔다. 즉, 내수 스마트폰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국내기업 3사 전략’과 함께 주요 부품 구매처이기도 한 팬택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삼성전자는 팬택 지원을 통해 LG전자를 견제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독과점 시비에 말리지 않는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대신 LG전자와 팬택 간 시장 점유율 2위 다툼을 유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삼성전자는 2000년대 초중반 현대큐리텔과 SK텔레텍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외형을 키워온 팬택의 추격을 받았으나 LG전자와 달리 갈등을 유발하지 않았다.

지난 2013년은 이러한 양사 간 관계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해였다. 그해 5월 삼성전자는 경영난에 빠진 팬택을 위해 530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지분 10%를 인수해 3대 주주로 등극했으며, 두 달 후에는 전국 삼성모바일숍에 ‘베가 존’을 만들어 팬택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팬택이 삼성전자 및 전자 계열사로부터 구매한 부품 구매액이 연간 2000억원대에 달하는 주요 고객이자 국내 정보기술(IT)산업 경쟁력 상승을 위해 상생협력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당시의 결정에 대해 “국내 스마트폰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나 향후 외국 업체들의 국내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3사 체제는 유지되어야 한다”면서 “팬택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위해서라도 생존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팬택이 쏠리드로 인수된 후 삼성전자의 팬택 지분은 남아 있지 않지만 팬택이 지난해 출시한 ‘SKY 아임백’ 제품 개발에 삼성 계열사들이 보이지 않는 지원을 했고, 이에 부품도 다수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와 팬택의 제휴 추진설이 나오자 삼성전자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양사 간의 제휴가 사실상 상징적인 ‘국내 스마트폰 3사 체제’에서 ‘양강 체제’로 전환되고, LG전자와 마케팅력과 팬택이 보유한 고유의 스마트폰 개발 기술의 장점이 결합, 시너지를 내 차별화 된 중저가폰을 내세울 경우, 이 부문 시장에서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우리는 전 세계 어느 스마트폰 업체들보다 프리미엄폰과 중저가폰을 병행판매하는 ‘하이 앤드 로’ 전략을 가장 잘 수행해 왔고, 이를 통해 올 1분기에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부재 속에서도 중저가폰 판매를 통해 세계 시장 최대판매량을 기록했다”면서 “LG전자와 팬택이 손을 잡는다고 해도 우리의 영업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