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옥 이사장 "기술보증기금, 기술금융공사로 전환 추진"

2017-04-27 14:47
창업지원전문기관으로 도약...2020년까지 8조 지원

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김규옥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기보를 기금 형태가 아니라 사업형 공기업으로 바꾸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규옥 이사장은 27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보는 우리나라 기관 중 가장 벤처기업스럽게 운영해야하는 곳인데 현재와 같은 기금 상태에서는 보수적이 되기 쉽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기보는 과거 보증업무에서 벗어나 창업과 4차 산업혁명으로 영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창업이야말로 새로운 돌파구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기보가 창업지원전문기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 보증에서 벗어나 투자와 컨설팅 등 종합적인 창업지원 플랫폼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게 김 이사장의 생각이다.

기보는 기술보증기금법에 따라 기금을 관리하기 위한 특별법을 적용받고 있다. 때문에 보증업무 외에는 다른 업무가 어렵다. 만약 사업형 공기업으로 전환하면 보증업무 외에도 기술평가를 통한 직접투자나 채권발행을 통한 자체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김규옥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27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 기술보증기금 제공]

김 이사장은 "창업지원을 더 적극적이고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선 사업형 공기업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싶다"며 "공사체제 전환은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과 상의가 필요한 부문이므로 협의를 잘 해보겠다"고 말했다. 

기술보증기금을 향후 '기술금융공사'로 전환하기 위해 조직 개편도 고려 중이다. 크게 ▲스타트업과 신성장산업에 투자하는 '투자사업본부' ▲창업보증 공급과 신산업을 지원하는 '보증사업본부' ▲연구개발(R&D) 사업화 촉진과 기술이전·인수합병을 맡는 '평가사업본부' ▲인큐베이팅과 액셀러레이터 사업을 펼치는 '창업지원본부' 등으로 네 개로 꾸려진다.

기보는 창업전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담보와 신용이 없더라도 기술력만 있으면 가능하다. 기보는 현재 65% 수준인 창업 초기기업에 대한 창업지원 자금을 2020년까지 80%로 높일 방침이다. 3년 간 총 8조원이 지원된다.

곽영철 기보 이사는 "지난해 창업기업에 대한 사고율이 4.5%인 반면 창업기업은 5.0%가 좀 넘었다"며 "창업기업에 중점 지원하면 사고율이 넘어가는 건 불가피하겠지만 리스크 관리와 10년 이상 초과된 보증상환을 통해 재원을 충당하면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보는 창업금융 확대로 5년간 기술기반 창업기업 약 13만개 이상을 지원함으로써 약 20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김 이사장은 창업을 유도하는 것만큼 생존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선진국에서도 창업 후 3~7년 간 절반 이상의 기업이 쓰러진다"며 "우리나라는 그보다 더 많은 기업이 실패하는데 창업초기에 있는 기업에게 기보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 창업벤처투자를 5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창업보증의 연대보증을 면제해 재도전이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복권기금 등 재원 1000억원을 확보해 향후 5년간 5000억원의 재창업자금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창업은 실패할 확률이 높은데 창업자에게 융자를 줬다가 실패하면 신용불량자가 돼서 재기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증만 했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서 융자와 투자를 적절히 섞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실제 기보는 최근 연대보증을 없애고 있다. 연대보증이 없는 보증은 투자와 같은 효과를 낸다. 만에 하나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 그는 "보증을 하면 소액의 수수료 밖에 못 받지만 투자를 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얼마 전 700%까지 수익이 난 경우가 있다"고 소개했다.

현행법상 직접 투자를 하려면 기본재산과 잉여금을 합친 금액의 10%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다. 한도가 적어 공격적인 투자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보는 한도를 10~30%까지 확대하기 위해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김 이사장은 "기보는 금융기관의 보수성을 떨치고 기술창업을 위해 진취적인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키기 위해 도전적인 자세가 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