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중국의 窓] ‘중대 문제’(북한)와 ‘중요 문제’(사드)의 해법差

2017-04-27 11:00
단어 선택서 드러나는 중국의 속내
“北 제재, 사드 문제 해결 첫걸음”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정치학 박사)

중국이 핵, 미사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동시에 시험대에 서 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중국이 행동하지 않으면 미국은 독자적으로 대북 행동을 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국으로서는 정상회담 과정에서 보여준 미국의 시리아 폭격에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북한 관광을 제한하고 항공편도 일시 중지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과 전면전도 불사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도 중국의 기대와 달리 조속히 배치하는 쪽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합의했다.

중국의 기대와 달리 두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사드와 관련해 중국의 해법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핵과 미사일, 사드 모두 골치 아픈 문제다. 핵과 미사일은 동북아를 전쟁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고, 사드는 중국의 전략적 균형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두 문제를 모두 심각하게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두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없다면 우선순위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는 문제의 경중을 얘기할 때 ‘중대(重大)' 문제와 ‘중요(重要)’ 문제, ‘주요(主要)’ 문제와 ‘차요(次要)’ 문제 등의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혹은 관심을 더 가져야 하는 문제를 보는 시각과 정도를 나눠 이르는 말이다.

문제의 난이도 혹은 시급성 등에 따라 문제를 대하는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핵, 미사일, 사드, 남중국해, 조어도 등도 이러한 문제를 보는 시선의 정도에 따라서 결이 다르게 나타난다.

‘중대’라는 표현은 주로 추상적인 사물에 사용하는 용어로 크고 중요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예컨대 중대 문제는 ‘의미가 중대하다(意義重大)’라는 표현으로 자주 사용된다. ‘중요’라는 표현은 중대한 의의나 역할, 영향력을 가진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주로 중요 인물, 중요 문제라는 표현의 쓰임새가 많다. ‘주요’라는 표현은 관련 사물 가운데 가장 중요하거나 결정적인 역할을 일으키는 것이라는 의미다. 주요 원인, 주요 목적이라는 표현을 들 수 있다.

‘차요’라는 표현은 중요성에서 비교적 차이가 나는 것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럴 경우, ‘내용은 주요하고 형식은 차요하다(內容是主要的, 形式是次要的)’라고 응용이 가능하다.

중국은 해당 문제의 영향력 범위가 국가와 사회 전반까지 미치는 문제를 중대 문제나 중요 문제로 간주한다. 그러나 중대 문제나 중요 문제에 대한 정형화된 틀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로 해당 문제에 대한 주요 지도자나 기관의 문제에 대한 인식과 표현의 정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중대 문제는 영향이 광범위하고 사회 내지 후세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야기하는 사건이나 문제를 지칭한다. 중요 문제는 그 의미나 표현의 중요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중대 문제가 중요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중요 문제가 반드시 중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영향력의 범위와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지난 4월 7일 정례 기자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는 중대 문제에서 반드시 단결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한 문제가 바로 중대 문제다.

지난 3월 31일 외교부 대변인 루캉(陸慷)도 미·중 정상회담의 첫 만남에서 “여러 중대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정상이 논의한 문제가 ‘중대 문제’라는 뜻이다.

중국은 핵과 미사일, 사드 가운데 무엇을 중대한 문제로 생각하는가?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북핵 문제 등이 다뤄졌다. 이 문제가 미·중 정상회담에서 다뤄졌다는 것은 중국 외교부의 설명에 따르면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사드는 중요 의제로 거론되지 않았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줄곧 사드 문제를 한·중 관계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도 그 맥락에서는 대동소이하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핵과 미사일 문제는 중대한 문제이고, 사드는 중요한 문제이다. 단어의 사용에 따라 그 문제에 접근하는 결 그리고 방식까지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중대한 문제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이 필요하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투입돼야 한다. 중요한 문제는 아직 중대한 문제의 지위로 격상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급성이 덜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문제임은 틀림없다.

우리는 중국이 핵과 미사일 문제를 중대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중국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중 간 협력과 신뢰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 이것이 사드라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 되도록 해야 한다. 중대한 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는 중국에 힘을 실어주는 노력이 사드라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길임을 다시 되새겨 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