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중국의 窓] 南과 北 두 토끼를 잡으려는 中
2017-11-23 11:18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을 기점으로 중국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차 당대회에서 평화발전과 운명공동체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마당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국가와 계속 껄끄러운 관계를 가져가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
단기간의 성과는 한국과의 관계 해빙으로 먼저 나타났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달 31일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문’을 발표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임시 봉합하고 미래지향적인 교류협력을 강화하기도 합의했다. 물론 이 합의가 완전하게 사드 문제와 사드 문제로 촉발된 양국 간 냉랭한 관계를 일거에 해결한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일시 봉합’이다.
제 아무리 시진핑(習近平) 주석이라 할지라도 대중들의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다. 양국 내부의 비판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일단 한국과 중국 양국은 대국적인 견지에서 미래를 보고 가자고 합의했다.
한국으로서도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고, 중국으로서도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첫걸음이자 이정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 혹은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은 전통적 우호관계 국가다. 사회주의권 형제 국가로서 공식적으로 ‘혈맹’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 어느 국가보다 높은 수준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한 번도 양국 정상 간 만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5년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70주년 기념식에 류윈산(劉雲山) 당시 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한 것이 마지막 고위급 교류였다.
그 사이 북한은 계속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진행했다. 오히려 중국을 제치고 미국과 직접 상대하려는 모습을 공공연히 보여줬다. 중국도 안보리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양국 관계는 너무 멀리 가버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양국은 아주 멀리 가버리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이번에 특사를 파견하고 북한이 바로 이 소식을 공개한 것이 너무 멀리 가는 것을 염려하는 결과로 볼 수도 있다.
중국이 특사를 보낸 명분은 분명하다. 19차 당대회를 마치고 그 결과를 사회주의권 국가들에게 설명하는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사를 보내는 중국이나 특사를 받는 북한이나 크게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예민하게 접근할 필요가 없다.
적어도 당 대 당 교류의 전통을 갖고 있는 북한과 중국 관계에서 보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만남이었다.
쑹타오(宋涛) 특사 방문은 몇 가지 점에서 예전 관례와 조금 달랐다. 먼저, 특사단 단장을 맡은 송타오의 급이 예전과 달라졌다. 예를 들어 2007년 17차 당대회 그리고 2012년 18차 당대회를 설명하기 위한 설명단 단장은 류윈산과 리젠궈(李建國) 등 당시 정치국 위원이 맡았었다.
물론 쑹타오가 이번에 라오스,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북한도 함께 방문했기 때문에 낮아진 지위가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5년 전과 10년 전 당대회 설명단의 북한 방문에 비해서 급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2015년 10월 10일 북한을 방문한 류윈산은 심지어 정치국 상무위원급이었다. 중국은 급을 낮추는 대신에 ‘특사’라는 별칭을 부여했다. 북한을 위한 일종의 달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예전 관행과 다른 또 한가지는 사회주의권 교류를 담당했던 당 대 당 외교의 ‘노멀화’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 북한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여러 문제 제기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방문을 계기로 당 대 당 관계를 정상화해 중공 중앙 대외연락부가 모두 전담하는 것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쑹타오가 북한을 방문하기 전 라오스와 베트남을 방문한 점도 이러한 분석을 가능케 한다.
당 대 당 모양새를 취하면서 국가급 교류 교착에서 오는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만약 북한과 중국 간에 경색 국면이 계속되는 가운데 불쑥 정치국 위원급 방문단이 갈 경우 의전이나 격식, 성과 등에서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방문단을 중앙위원급으로 ‘노멀화’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렇게 될 경우, 설령 특사단이 ‘빈손’으로 귀국하더라도 최소한 관계 회복의 물꼬는 트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에 허이팅(何毅亭) 중공 중앙당교 상무부총장이 온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비록 19차 당대회 중앙위원은 아니지만 정부급(正部級) 지위를 갖는 무게감 있는 인사, 이 가운데 시진핑의 이른바 브레인(智囊) 혹은 문담(文胆)으로 거론되는 7명 가운데 한 명이다. 물론 중앙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당내 지위는 쑹타오에 비해서 낮다.
쑹타오와 허이팅의 특사 파견은 북한에게는 체면을 살려주고 한국에 무게감을 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국과 북한 모두 놓치지 않겠다는 의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또한 당 대 당 외교를 좀 더 노멀화해 지나치게 사회주의권에 경도된 외교를 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기도 하다.
라오스와 베트남에 쑹타오가 다녀오고 나서 북한에 가고, 몽골에 다녀오고 허이팅이 바로 한국을 찾은 것에도 나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있어서 쑹타오의 이른바 ‘빈손 외교’가 회자되기도 하지만, 중국은 애초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이면의 스토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모든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중국을 대할 때 늘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긴 호흡으로 움직이는 중국에 우리는 더 긴 호흡으로 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