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중국의 窓] 中 식품안전 사건, 왜 반복되나

2017-09-28 11:30

[천천(陳晨) 성균중국연구소 책임연구원(사회학 박사)]

최근 중국 대표적인 훠궈(火鍋, 중국식 샤부샤부) 브랜드 하이디라오(海底撈)가 주방위생 논란에 휘말렸다.

중국 법제일보(法制日報)의 한 기자는 베이징(北京) 하이디라오 두 개 지점에서 4개월 동안 잠복취재를 통해 하이디라오 주방 실태를 담는 동영상을 온라인에 폭로했다.

영상에서는 쥐가 돌아다니고, 식기세척기에 음식물 찌꺼기가 가득 붙어 있었다. 심지어 종업원은 식사용 국자로 막힌 하수구를 뚫고 있었다.

훠궈는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요식 분류 중의 하나로, 업계 20개 대표 브랜드의 연간 매출이 470억 위안을 넘어설 정도로 중국 요식업 시장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한 음식이다. 하이디라오는 전 세계 2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발빠른 대처로 인해 하이디라오를 용서하고 응원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심각한 주방 위생 실태가 동영상을 통해 폭로되지 않았으면 과연 자발적인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까.

물론 오늘날의 외식업 발전에 있어 고객 응대와 홀 서비스도 필요불가결한 중요한 부분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것으로 식품의 안전과 맛, 환경의 위생 문제와 서로 비교하거나 대체할 수는 없다. 문제화되고 나서야 뒷수습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사전 예방부터 애써야 한다.

바로 중국 소비자들의 이러한 ‘지나친 관대함’은 중국 식품안전의 ‘엔드라인’을 끊임없이 낮추고 있다.

특히 이상한 점은 대중들이 하이디라오의 주방위생과 식품안전 문제 자체보다 기업의 위기관리 방식에 대한 관심이 더 많다는 것이다.

하이디라오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과 실질적인 위생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상당히 많은 소비자들은 벌써 하이디라오를 ‘용서한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하이디라오는 기사가 폭로되자마자 2시간 만에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그리고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문제점을 수시로 대중들에게 통보하고, 언제나 식품위생과 안전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여태까지 자사의 주방 실태를 전혀 모른다고 하면 곤란하다.

하이디라오는 실질적인 위생개선을 하기보다 달랑 사과문과 조치방안 한 장만으로 벌써 많은 소비자들의 용서를 구했다. 하이디라오가 중대한 과실을 범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번 하이디라오의 ‘성공적인’ 위기탈출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의 식품안전 문제를 악순환에 빠지게 할 위험이 있다.

분명히 소비자들에게 식품안전과 관련해 관대한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대중들의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다.

2000년대부터 대중매체를 통해 폭로된 식품안전 사건들은 잇달아 나오면서 대중의 신뢰에 금이 갔다.

지난해 중국식품안전보고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전국에 걸쳐 발생한 식품안전 사건은 22만7386건으로, 하루 평균 62.3건으로 집계됐다.

그 중에서 대기업, 유명 브랜드 등 대중들에게 높은 인지도를 갖는 업체도 적지 않다.

오늘날 소비자들의 식품안전에 대한 불신은 이미 식품·요식업 자체에서 벗어나 감독관리 역할을 수행하는 공공기관까지 확장되고 있다.

중국 식품과 약품 감독관리 총국의 발표에 의하면, 중국 식품안전 사건 중 4분의3이 인위적인 원인에서 비롯되고 3분의2가 생산가공 단계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대중들은 다른 요건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2011년 실시한 한 온라인 조사에서 ‘식품안전 문제의 가장 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에 ‘정부의 감독관리’를 택한 비율은 72.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식품안전 문제에 대해 정부의 입장은 생산자의 책임을 더 많이 강조하고 있는 반면,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생산자의 도덕의식이나 책임감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의 관리감독에 더 많이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중국 요식업 수익 규모는 3만5779억 위안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다. 글로벌 경제의 불경기와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요식업의 빠른 성장은 각광을 받고 있다.

이것은 중국 국내 소비구조의 변화에서 비롯된 외식소비의 일상화와 대중화를 반영하는 동시에 대중들은 ‘혀끝 안전’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식품안전은 ‘중국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10대 핫이슈’에서 2012년부터 5년 연속 확고부동한 1위를 차지했다. 식품안전과 이와 관련한 신뢰성 회복 문제는 정부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