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맨’이 간다] 국내 최고층 555m 롯데월드타워 수직마라톤 직접 뛰어보니

2017-04-25 17:05
‘마라톤 10km보다 쉽겠지’ 오산…실내 계단오르기, 산소부족해 체력소모 더 커
의욕만 앞서 10층부터 눈앞이 캄캄…뛰는 것보다 걷는게 속도 더 빨라

23일 롯데월드타워 스카이 런 마라톤 시작점에서 화이팅을 다짐했다.이 때만 해도 가뿐하게 마라톤을 완주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평소 체력만큼은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사진=롯데물산 제공]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한국 최고층 빌딩 롯데월드타워에서 흥미로운 이벤트가 열렸다. 123층 555m의 건물을 계단으로만 올라가는 수직마라톤이 그것이다. 밟아야 하는 계단의 개수만 총 2917개에 달한다.

앞서 국내의 일부 고층 빌딩도 수직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곤 했지만 압도적 높이를 자랑하는 롯데월드타워는 더욱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기자도 이 이벤트에 직접 참여했다.

23일 오전 잠실 롯데월드타워 아레나광장은 준비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일부는 이미 레이스를 마치고 내려오고 있었다. 이번에 펼쳐지는 수직마라톤 대회는 경쟁부문과 비경쟁부문으로 나눠져 있다. 경쟁부문의 선수들이 우선 레이스를 펼치고 이어 비경쟁부문 일반인이 뛰는 형식이다. 복도의 폭이 한정된 이유로 참여자는 한 명씩 끊어서 시간을 두고 올라갔다. 기자는 대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맨 마지막에 뛰기로 했다.

드디어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다. 완주를 위해 우선 거리를 계산했다. 롯데월드타워는 수직으로 555m이지만 거리로만 환산하면 매우 짧은 편이다. 수평이 아니라 수직으로 올라가는 만큼 몇 배는 더 힘이 든다. 그렇게 감안하더라도 마라톤 10㎞ 코스보다 훨씬 체력적 소모가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이 예상은 오판이었다.

코스를 따라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자동으로 기록 카운팅이 시작됐다. 초반 의욕이 앞선 탓에 약간 속도를 내며 계단을 뛰어올랐다. 이는 가장 큰 패착이었다. 생각보다 롯데월드타워의 층고는 높은 편이었다. 계단 복도를 한 바퀴만 돌면 층이 바뀌는 일반 아파트와 달리 롯데월드타워는 두 번씩 올라가야 층이 바뀌는 높이였다. 10층에 오르자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했다.

진행 도우미들은 2개 층마다 1명씩 배치돼 있었다. 이들은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역할을 맡았다. 후반으로 갈수록 도우미들의 응원조차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기자는 조금이라도 동선을 줄이기 위해 안쪽 난간으로만 올라갔다. 오르는 방식도 변화를 줬다. 힘을 들이지 않고 되도록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식수 공급과 휴식공간은 약 20개 층마다 마련돼 있었다. 꼭대기 123층을 제외하면 다섯 곳에 마련된 셈이다. 첫 휴식공간인 22층에 도달하자 자연스레 드러눕게 됐다. 에너지음료는 따로 없었으며 생수만 마련돼 있었다.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는 수직마라톤에서 에너지 공급이 없었던 점은 다소 아쉬웠다.

후반부로 갈수록 호흡이 힘들어지는 점도 일반 마라톤과 다른 점이었다. 건물 내부에서 진행되는 만큼 원활한 산소 공급이 되지 않는 점이 난감했다. 산소를 마음껏 흡입할 수 없어 회복도 더딘 느낌이었다. 40층 정도까진 그럭저럭 빠르게 올라갔지만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졌다. 수직마라톤을 진행하면서 뛰는 것보다 걷는 것이 훨씬 더 빠르게 지속적으로 올라간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절반을 넘어서니 오히려 익숙해졌다.

60층을 넘어가면서 마련된 3곳의 휴식공간은 창문이 모두 막혀 있어 공기가 시원하지 않았다. 휴식공간에 대한 기대감 없이 철저히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하는 방법뿐이었다. 이후부터는 10개 층마다 한 번씩 휴식을 취했다.

80층을 넘어서면서 같은 공간만 반복된다는 느낌이었다. 일정시간이 지나자 관성으로 오르고 있었다. 계단오르기의 반복으로 결국 83층에서 종아리 근육이 뭉쳐 쥐가 나기도 했다. 103층에 마련된 휴식공간에서는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맥박을 측정했다. 다행히 문제는 없었다.
 

롯데월드타워 117층 서울 스카이부터는 벽면이 검은색으로 돼 있었다. 그야말로 앞이 캄캄했다.[사진= 박성준 기자]


117층 서울스카이 전망대 층에 도달하자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 이전과 달리 검은색 분위기의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천국에 도달한 기분이었다. 마지막엔 진행도우미들이 힘을 북돋기 위해 막바지 응원전을 펼쳐줬다. 드디어 123층 꼭대기의 결승선을 통과하게 됐다.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완주 메달을 목에 걸었다. 승강기로 다시 내려오는 데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허무함이 밀려왔다. 인생 첫 수직마라톤은 기자의 양쪽 종아리에 알만 남기고 마무리됐다.
 

스카이 런 마라톤 22층 중간 휴식공간. 생수를 좀 마시고 나니 한숨 돌릴 수 있었지만 여전히 힘들었다. [사진= 박성준 기자]

스카이 런 마라톤의 123층 전망대 결승점에 드디어 도달했다. 땀으로 온 몸이 범벅이 되고 말았다. [사진=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