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칼럼] 4·19혁명, 세계 3대 시민혁명과 어깨 나란히 해야

2017-04-17 17:46
박겸수 강북구청장

[박겸수 강북구청장]


어느덧 4월의 봄이 찾아왔다. 독재정권의 총칼에 맞서 학생과 시민들의 피로써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를 심었던 4·19혁명 이후 57번째 맞는 올해 4월의 봄은 그 어느 해보다도 특히 의미있게 다가온다. 1960년 4월 봇물처럼 쏟아졌던 학생과 시민들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열망과 함성은 급기야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이승만 대통령을 권좌로부터 끌어내렸다.

올해 4월은 그때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단단히 뿌리를 내린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이제 더 이상 피를 먹고 자라지 않는다. 총 누적 참여인원이 1500만명에 이른다는 대규모 집회가 계속되는 동안 촛불시민도, 경찰도 지극히 민주적·평화적이어서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었다. 헌법재판소란 국가기관에 의해 민주적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탄핵됐고, 여전히 아무런 혼란 없이 국가행정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숙한 모습에 전 세계가 놀라고 있다.

필자는 오늘날 이토록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이뤄낸 민주주의야말로 4·19혁명의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1960년 4월의 외침은 오늘의 촛불이 됐고, 그 당시 저항과 희생은 오늘날 민주주의로 꽃을 피웠다. 4·19 열사들의 값진 희생을 오늘의 우리가 결코 잊어선 안 되는 이유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과연 4·19혁명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4·19는 오늘을 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응당 반드시 기억하고 되새겨야 할 역사적 자산임에도 그동안 정부 기념식 말고는 별다른 행사가 없었다. 그래서 강북구는 4·19혁명의 그 참된 의미와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2013년부터 해마다 4월 19일을 전후해 온 국민이 참여하고 기념할 수 있는 '4·19혁명국민문화제'를 개최해 4·19정신을 계승·기념하고 이를 후세에 알려 나가고자 노력해왔다.

그동안 정부와 서울시의 적극적 지원으로 올해로 5회째 국민문화제를 개최하면서, 이제는 점차 국민들에게 4·19의 참된 정신과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음을 느낄 때면 무척 다행스런 마음이다. 이달 13일 올해 국민문화제 행사의 일환으로 국제학술회의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4·19의 세계사적 의의와 현재적 계승'을 논하는 이 자리에 한국 근현대사의 세계적 권위자인 하버드대 폴 장 교수와 UCLA 존 던컨 교수 등 세계 석학들이 참여했다.

해외 석학들은 4·19혁명이 있었기에 1970년대 학생운동과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항쟁, 그리고 이번 촛불집회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4·19혁명은 이후 대한민국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싸우고 있는 다른 많은 나라의 민주화운동에도 긍정적인 영향과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상징의 의미를 지녔다는 것이다.

1952년 영국 '타임'지 한국전쟁 종군기자가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피어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어나는 것과 같다"고 한 비관이 무색하게 한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국민의 열망으로 가난 속에서도 민주주의 꽃을 피운 4·19혁명은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질서 재편과정에 있어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제3세계 신흥독립국들의 민주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인류사에 기여한 바가 크다.

이러한 점에서 4·19혁명은 세계 3대 시민혁명이라 일컫는 영국 명예혁명, 미국의 독립혁명, 프랑스대혁명에 이은 세계 4대혁명으로 그 위상이 격상돼야 한다는 게 필자의 소신이다. 국제학술회의에 참여한 해외 석학들도 필자의 견해를 지지했다. 또한 자유와 민주·정의로 대표되는 4·19혁명 정신이 헌법에서도 3·1운동과 함께 오늘날 대한민국 존립의 근간을 이루는 지도이념으로 분명히 명시된 만큼, 4·19기념일 역시 3·1절처럼 공휴일로 지정해 이 숭고한 정신을 기념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강북구는 4·19 관련 단체들과 힘을 모아 4·19혁명이 세계 학생운동과 민주주의 확산에 기여한 가치와 정신을 온 나라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4·19혁명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4·19혁명 학술자료집'을 세계 유수대학과 도서관에 보급하는 등 더욱 노력하고 있다.

내년에도 4·19혁명국민문화제를 더욱 발전시키는 등 정부 및 국민으로부터 보다 올바른 관심과 대우를 받을 때까지 마중물 역할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이제 4·19혁명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이토록 자랑스런 우리의 역사가 국내에서도 올바로 재조명을 받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들의 더 많은 동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