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적폐'… 정부, 금융권 인사 개입
2017-04-12 18:00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수협중앙회에서 54년 만에 분리된 Sh수협은행이 첫해부터 행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는 행장 선임을 놓고 정부 측에서 끊임없이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측에서는 내부 출신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 측에서 관료 출신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Sh수협은행 사태처럼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인사 개입 '적폐'가 끊이질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료 출신 낙하산인 일명 '관피아(관료+마피아)'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지만 여전히 금융권 곳곳에서는 과거의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인사 개입이 업계 발전보다는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금융권에서 발생한 문제들 대부분이 정부가 개입된 인사로부터 발생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소문대로 현 전 수석이 행장으로 왔다고 생각해보면 아찔하다"며 "내부 출신이 세번 연속 행장으로 선임되면서 조직의 안정감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앞서 KB금융그룹 역시 낙하산 인사 문제로 큰 위기를 겪은 바 있다. 각자 다른 끈을 타고 내려온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의 다툼으로 조직 전체가 혼란을 겪은 것이다. 이에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신한금융그룹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는 현재 회장이 행장을 겸직하고 있지만 임기 말이 되면 행장 분리 이슈와 관련해 안팎에서 조직을 흔드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며 "이때를 틈타 정부에서 또 개입 움직임을 보일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은행도 정부의 낙하산 인사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정부에서 산업은행에 낙하산 경영자를 내려보내고 이들이 다시 대우조선에 낙하산을 보내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대우조선 관련 비리 의혹이나 관리 소홀로 검찰 수사를 받은 민유성, 강만수, 홍기택 등 3명의 전직 산업은행 최고경영자들도 낙하산이었다. 대우조선 사외이사들에도 정치권과 가까운 낙하산 인물이 대부분이다.
특히 정부 낙하산으로 내려온 인물들의 경우 회사 발전보다는 자신의 스펙을 쌓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장기적인 경영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단기적인 성과에만 목을 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한 금융 유관기관 관계자는 "보통 낙하산으로 오는 사장의 경우 조직을 위한 일보다는 이를 발판 삼아 앞으로 자신이 더 좋은 자리로 가기 위한 업무에 더 집중한다"면서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떨어지고 조직의 발전에도 해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