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조원 디스플레이 시장 두고 한-중 전쟁 막올랐다
2017-03-24 09:10
아주경제 유진희 기자 = 1300억 달러(한화 약 146조원) 규모의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둔 한국과 중국 간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최근 10여년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주도해왔다. 그러나 BOE를 비롯한 중국의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자국 정부 지원과 대규모 자본, 가격 경쟁력 등을 앞세워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1~2년 안에 중국업체들이 선두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이에 대비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일컬어지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의 생산을 늘리며,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에 나간다는 분위기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 동안 진행한 '2017 한국 디스플레이 컨퍼런스'를 통해 디스플레이 시장 환경의 변화와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행사에서는 박진한 IHS마킷 이사를 비롯한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은 △디스플레이 시장 환경의 변화와 한국 업체의 생존 전략 △2017년 중국 및 대만 디스플레이 산업 동향 및 제조사별 전략 △2017년 IT(정보기술)용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 및 제조사별 전략 등에 대해 발표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중국 업체의 급성장에 대한 우려와 이에 대한 대책들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박 이사는 “지난 10년간 한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했다”며 “그러나 내년부터는 중국의 기업들에 시장 주도권이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BOE가 세계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1월 BOE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중 처음으로 대형 LCD 패널 시장(출하량 기준, 22.3%)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LG디스플레이(21.6%), AUO(대만, 16.4%), 이노룩스(대만, 15.7%), 삼성디스플레이(9.9%) 등이 이었다.
물론 출하면적 기준으로는 여전히 국내 기업들이 앞서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각각 24.8%와 16.1%로 업계 1, 2위(2016년 기준)를 달리고 있다. 3위는 이노룩스(14.7%)이며, AUO와 BOE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추격이 점점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일례로 BOE 등 중국의 대형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내년부터 최첨단의 10.5세대 초대형 LCD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BOE의 10.5세대 허페이 공장이 내년부터 생산을 시작하며, 중국의 디스플레이업체 CSOT도 10.5세대 선전 공장의 양산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2020년에는 중국은 10.5세대 공장 3개를 포함해 총 27개의 LCD 디스플레이 공장과 10여개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을 보유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이 디스플레이 시장을 중국에 내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국내 업계에서는 일반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고전이 예상되는 만큼 OLED 등의 프리미엄 디스플레이로 시장을 공략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에 방점을 두고 태세를 정비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TV용 대형 OLED 생산량을 지난해 대비 약 2배로 늘리고, 6세대 중소형 플라스틱 OLED(P-OLED) 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최근 6세대 생산 라인을 OLED로 전환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도 LCD 라인을 OLED 생산시설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산 탕정의 L7-1 라인을 6세대 OLED로 전환하기 위해 이미 장비를 발주했으며, 이르면 연말부터는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관측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관계자는 “일반적인 LCD 부문에서는 중국의 제품과 큰 차별성을 두기 어렵다”며 “국내 업체들이 OLED 등 프리미엄 패널에 집중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국의 위협은 이미 현실”이라며 “그러나 축적해온 기술과 경험이 있는 만큼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