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소환에 정치권 "엄정 수사 촉구"…구속엔 이견

2017-03-21 15:51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 당한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한 21일 정치권의 시선도 검찰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쏠렸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4당은 박 전 대통령이 이제라도 진실 규명에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 검찰을 향해선 엄정 수사를 주문했지만, 구속 수사 여부를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검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13가지 범죄 피의자로서 '자연인 박근혜'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국정농단을 낱낱이 밝혀 진실에 대한 더 이상의 공방이 없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도 "피의자 박근혜씨에 대한 수사에 검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장 대변인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추고 망신주기식 수사나 수사내용 흘리기와 같은 반칙은 절대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바른정당도 검찰이 법과 원칙대로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오신환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는 "이제 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조사에 성실히 응하기 바란다"면서 "그것이 국정농단 사태를 초래한 전직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어떤 외압이나 외부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고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한 만큼 오늘 출석으로 모든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낙관했다. 그는 특히 "국가의 품격과 국민 통합 등을 고려해 조사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안전에도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를 두고는 정치권이 이견차를 드러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보수층 결집을 우려해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에 관한 언급을 자제했지만, 한국당은 정치권이 구속 여부를 언급해 수사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도 의견을 같이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검찰이 판단할 문제를 정치권에서 사전에 여론 형성으로 구속해야 한다, 안 한다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치권이 수사에 대해 구속, 불구속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나 검찰의 독립성을 해할 우려가 있는 언행"이라며 "검찰이 정치적인 상황 등을 고려하지 말고 좌고우면 없이 교과서적으로 구속, 불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신중한 반응을 내놨다. 

대선 주자들도 저마다 목소리를 냈다. 문 전 대표 측 박광온 수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모든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걸 아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 강훈식 대변인도 "검찰은 법과 정의에 성역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며 "낡은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대 교체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13개 혐의가 있는 피의자 박 전 대통령을 구속수사하고 청와대도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세 후보 중 가장 강경하고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검찰은 국민만 보고, 법만 보고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했고, 국민의당 대선 주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측 김유정 캠프 대변인은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지탄받고 외면받아온 검찰이 신뢰와 명예를 회복하는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대선 주자인 심상정 대표는 "박 전 대통령과 남은 국정농단 수사에 검찰 조직의 명운이 걸려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특검법의 미비와 한국당의 방해로 국정농단 수사가 다시 검찰로 온 것을 하늘이 준 기회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검찰 수사, 기소, 재판은 엄정하게 법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면서도 "개인적 생각에는 국가 지도자였던 품위나 나라의 품격 등 이런 것을 생각해서 수사나 기소는 재판받을 때까지 불구속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사법절차에 대해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