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박근혜에 특활비 상납' 전 국정원장 가중처벌 조항 합헌"

2024-05-06 14:50
이병기·이병호 청구 헌법소원 심판서 기각 결정
"1억 이상 국고손실 횡령, 경제적 파급 효과 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위헌제청 및 권한쟁의 심판 선고 시작에 앞서 자리하고 있다.  2023.12.2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박근혜 정부 시절 재임한 이병기·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이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제공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후 가중처벌 조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이 낸 특정범죄가중법 5조와 회계직원책임법 2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선고했다.

이들은 국정원장 앞으로 배정된 특수활동비 일부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과 징역 3년 6월이 각각 확정됐다.

이후 2021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처벌 근거가 된 법 조항들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특정범죄가중법은 회계 관계 직원이 국고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업무와 관련해 횡령죄를 저지르면 한층 무겁게 처벌한다. 회계직원책임법에 따르면 회계 관계 직원을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이들은 회계 관계 직원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고 검사 측 기소 재량에 따라 무겁게 처벌받을 수 있으며, 제3자를 위해 횡령하는 사례와 자기 이익을 위해 횡령하는 사례를 구별하지 않아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같은 조항에 열거된 직명을 갖지 않은 사람이라도 관련 법령에 따라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면 회계 관계 직원으로서 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헌법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자기 이익을 위해 횡령하는 것과 제3자의 이익을 위해 횡령하는 것은 모두 타인의 재물에 대한 소유권 등을 침해한다"며 동일한 수준으로 처벌하더라도 불합리한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어 "1억원 이상 국고 손실을 일으키는 횡령은 그로 인한 국가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다"며 "가중처벌을 하도록 한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