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공사비 갈등] 재개발·리모델링에 도시철도사업까지…공사비 분쟁에 사업차질 우려↑

2024-10-07 17:22
용산구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비 80% 폭등…서울시 첫 중재전문가 파견
공사계약 철수에 해지도 줄이어…"2% 변동률 비현실적, 현실적인 상승률 반영돼야"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최근 수년간 건설 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공사비 갈등으로 인한 공사 중단 사태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아파트 재건축·재개발은 물론 리모델링 사업장에 이르기까지 분쟁이 잇따르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도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도 줄줄이 멈춰 서며 차질을 빚고 있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 중지가 예고된 용산구 이촌동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현장에 공사비 중재를 위한 코디네이터를 긴급 파견했다. 

이 사업장은 2021년 4월 롯데건설과 공사 계약을 체결한 후 2022년 8월 착공했으나 공사비 증액 범위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시공사가 최근 조합에 공사 중단을 예고한 상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당초 2728억원 수준에서 공사비 계약을 체결했지만 조합 측 설계변경 요청과 철골 골재 등 자재 가격 상승으로 현재 공사비만 498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사와 조합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에서 공사비 증액 부분과 관련한 첫 코디네이터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코디네이터는 공사비 등으로 정비사업 갈등을 겪을 때 전문가 집단을 현장에 파견해 중재하는 제도다. 주택법상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서울시 지도·감독 권한은 없지만 최근 공사비 갈등 사업장이 늘면서 리모델링 단지에도 해당 제도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가 공사비 갈등 중재 지원 대상을 확대한 배경에는 공사 중단 위기에 처한 사업장이 늘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사 중단 정비사업장은 전국에 걸쳐 1만3000여 곳에 이르며 이 중 약 40%가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성북구 장위동 장위4구역 역시 내년 5월 입주를 앞두고 사업이 공회전하고 있다. 시공사인 GS건설이 당초보다 공사비를 720억원가량 증액하면서 반년 넘게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최종 합의까지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강서구 방화6구역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당초 계약 당시 공사대금보다 최대 60% 이상 늘어난 공사비를 요구하면서 결국 지난달 시공 계약이 해지되는 등 정비사업을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야 하는 사태도 발생하게 됐다. 

건설 원가 인상으로 철도 등 핵심 인프라 사업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위례신도시와 지하철 3호선 신사역을 연결하는 위례신사선 사업은 우선협상자인 GS건설 컨소시엄이 사업에서 철수함에 따라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졌고,  또 다른 수도권 핵심 인프라 사업인 서부선 역시 GS건설이 두산건설 컨소시엄에서 빠지면서 실질적인 착공 시점이 2028년 이후로 밀렸다.
 
공사비 상승에 따라 정비사업장과 SOC 사업까지 영향을 받게 되자 정부는 공사비 상승률을 3년간 연 2% 내외로 관리하겠다는 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부랴부랴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공사비 안정화 방안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 측면에서 크게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 내외로 공사비 변동 폭을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기준에서 이렇게 관리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일단 정부가 발표한 방안만 보면 도저히 2% 수준으로 상승률을 억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현장 반응”이라고 말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의미가 있지만 효과를 보기에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며 “공공공사에서 우선 시장 물가를 감안한 공사비를 현실화하고 민간에는 표준도급계약서를 통해 현실적인 상승률을 반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실질적으로 정책 체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