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흑역사 ㉕] ‘국내 1호’ 동화면세점, 주인 잃을 판
2017-03-20 03:20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대한민국 최초로 설립된 시내면세점 1호 동화면세점이 주인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일반인들에겐 면세점(Duty Free Shop)이란 용어조차 생경하던 때인 1979년 문을 연 동화면세점은 1991년 세종대로 한복판에 자리해 지금까지 롯데, 신라면세점 등 대기업 면세점과 경쟁하며 탄탄한 입지를 자랑했다.
중소·중견 면세점이지만, 구찌·에르메스·루이비통 등 이른바 ‘3대 명품’을 모두 유치해 2005년 처음으로 연 매출 1억 달러를 넘기며 승승장구해왔다. 지난 2015년 동화면세점의 매출은 3225억원, 당기순이익 96억원을 달성했으며 2016년 최대 매출도 3549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모기업인 롯데관광개발(회장 김기병)이 2013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재정난에 직면,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시 김 회장은 동화면세점 지분 일부(19.9%)를 600억원에 호텔신라로 넘겼고, 이 덕에 롯데관광개발은 3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해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지분 매각의 부메랑이 3년 만에 되돌아왔다. 호텔신라는 2013년 지분 매각 당시 3년뒤 지분을 돌려주고 자금을 회수하는 매도청구권 방식(풋옵션)을 채택했다. 이에 호텔신라는 지난해 6월 주식매매대금 600억원에 3년7개월간의 이자 115억원(연5% 적용)을 합해 715억원의 청구권을 행사했다.
이에 김 회장은 대금을 갚는 대신 담보로 제공했던 주식을 넘기겠다고 했다. 호텔신라는 이 담보 주식까지 얻게 되면 총 50.1%의 동화면세면세점 지분을 얻어 사실상 경영권을 보유하게 된다.
그러나 호텔신라 측은 자금 회수가 우선이며 인수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이 동화면세점 경영권을 호텔신라 측에 넘기려는 것을 두고 ‘시간 끌기’라는 시각도 있다. 면세점은 특허 사업이라 기업이 임의로 팔 수 없다. 매각이나 승계를 하려면 관세청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일각에서는 한차례 용산개발사업 고배를 마신 김 회장이 최근 중국 부동산개발사와 합작, 제주시에 대규모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에 자금을 대느라 동화면세점 매각 대금을 변제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사업은 총 66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지난 2015년 6월 착공, 2019년 8월에 완공 예정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올해 서울 시내면세점만 13개로 늘어나고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경영난은 더해질 것”이라며 “국내 1호 동화면세점의 경영권 논란도 면세점 시장 위기상황과 맞닿아 있어 씁쓸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