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비자의 날’ 한국기업 때리기 없었다…롯데 ‘안심하긴 일러’

2017-03-16 10:19

한반도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의 노골적인 경제 보복이 15일 대대적인 한국 기업 때리기로 이어지진 않았다. 16일 중국 소식통과 업계에 따르면, 해마다 특정 외국기업을 제물로 삼았던 중국 관영 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晩會)'는 15일 방송에서 롯데 등 한국기업을 거론하지 않았다.[사진=중국 CCTV ]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한반도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의 노골적인 경제 보복이 대대적인 한국 기업 때리기로 이어지진 않았다.

16일 중국 소식통과 업계에 따르면, 해마다 특정 외국기업을 제물로 삼았던 중국 관영 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晩會)'는 15일 방송에서 롯데 등 한국기업을 거론하지 않았다.

1991년에 시작된 315 완후이는 기업들에는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굳혀왔다. 여기서 언급된 기업들은 다음 날 중국 언론들이 일제히 크게 보도하기에 해당 기업은 최악의 경우 ‘중국 철수’에 이르는 등 후폭풍이 크다.

이날 방송 직전까지만 해도 CCTV측이 롯데마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문제점을 지적할 가능성이 제기돼, 재계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러나 실제 315 완후이 방송에서 언급된 외국기업으로는 미국의 ‘나이키(Nike)’를 비롯해 일본의 제과회사 ‘카루비(Calbee,カルビ)’, 잡화점 ‘무인양품((無印良品, MUJI)’, 일본 대형할인마트 체인 1위 업체 ‘이온(AEON)’ 등이었다.

이를 두고 그동안 사드 부지 제공으로 롯데마트 영업정지 등 직격탄을 맞아온 롯데는 315 완후이로 한차례 더 불어올 후폭풍을 비껴갔다며 한 숨 돌린 분위기다. 

그러나 롯데마트를 비롯해 롯데면세점 등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롯데 정서가 확산되면서, 향후 추가 피해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소비자의 날을 맞아 중국의 관영 매체가 실시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는 삼성과 롯데마트가 비호감 브랜드로 뽑혔고, 웨이보 등 중국 SNS망에는 한국과 롯데 비하 발언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이 15일부터 한국행 관광 금지령을 공지하면서 롯데 관련 상품 판매 금지 조치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롯데면세점 등의 피해는 계속 커질 전망이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방문률이 가장 높은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은 ‘Lotte Duty Free'’가 쓰여진 붉은색 봉투 대신 아무런 표시도 없는 흰 봉투를 제공하는 등 ‘롯데 덮기’에 나섰지만, 유커 수 급감으로 다음달부터 직접적인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롯데 관계자는 “일단 315 완후이 방송을 비껴가면서 한숨 돌렸지만, 한국행 여행금지령 시행과 중국 현지의 추가적인 제재 조치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315 완후이 방송은 한국기업 대신 미국과 일본 기업을 언급한 것을 두고, 중국이 오는 18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의 방중과 내달초 미국에서 열릴 예정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간 첫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한 사드 배치를 결정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맞물리면서 한국보다는 미국과 일본을 정조준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315 완후이 자체를 정치적인 리스크로 보는 것 자체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