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강원도 평창군의 글로컬리티는 무엇일까?

2017-02-22 14:53
칼럼니스트(문학박사)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많은 내·외국인들이 강원도 평창군을 찾을 것이다.

손님을 맞이하는 평창군은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강원도 특유의 멋과 맛 그리고 문화를 보여주는 것은 당연하다. 세계화에 발맞춰 더 효과적인 평창 홍보를 위해서는 먼저 세계적 보편성과 지역적 특수성의 조화가 필요하다.

평창은 역사적으로 오대산 문화권이라고 할 수 있다. 대관령면을 비롯해 강릉 등에서 편입된 곳은 해양문화권의 영향을 받았다. 오대산 문화권의 중심인 월정사와 태백산 문화권의 중심인 정암사는 모두 불교의 성지로, 부처님이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자리하고 있으며 일제강점기를 비롯해 민족의 애환을 함께 해 왔다.

불교뿐만이 아니라 우리 생활문화로서의 '민속' 역시 단절되지 않고, 오히려 잘 유지‧보존 중이다. 월정사의 탑돌이, 미탄 아라리, 황병산 사냥놀이, 둔전평 농악, 방림의 삼베삼굿놀이 등의 전통문화가 현대 문화와 조화롭게 발전하고 있는 공동체도 평창에 있다.

강원일보가 지난 2013년 발표한 '7대 프로젝트' 중 다섯 번째는 '강원인, 당신은 누구십니까'라는 것이었다. 이 기획의 결과, 도민들 대부분은 강원도에 대한 애착이 깊고 '강원도 사람'으로서의 긍지도 높았다. 개개인이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해서도 '이 동네에 사는 것이 편안하고 좋다'는 답변이 68.0%를 차지했다. '이웃이 고통을 당하면 내가 당한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내가 위급할 때 이웃들은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등의 응답률도 50%를 넘었다. 

외지인들이 생각하는 평창 그리고 강원도는 푸근하고 인심 좋은 '고향' 그 자체였다. 휴가철이면 국민 10명 중 9명이 강원도에 다녀갈 정도로 관광지 이미지도 강했다. 강원도민에 대해서는 '순박하다'(53.1%)에 이어 ‘인정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강원도의 상징으로는 설악산, 강릉, 감자, 동해안 바닷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휴가·피서지, 대관령, 태백산, DMZ, 감자떡, 닭갈비, 막국수, 옥수수 등을 꼽았다.
 

평창군 미탄면에 자리한 향토음식점 '고마루'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강원도민들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강원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위상을 높이고 의미 있는 유산을 남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외지인의 그것에는 온도차가 있다. 외국인의 경우는 더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올림픽을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듯해 아쉽기도 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이를 미래문화유산으로 남기기 위해서는 평창의 글로컬리티(glocality)는 무엇인지에 대한 담론과 함께 하나된 합의가 있으면 좋을 듯하다. 공동체의 정이 살아 있는 순박한 강원도민들의 인정을 보여주면서, 오대산을 비롯한 '산림 수도' 평창의 뛰어난 자연환경,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인심 그리고 사람과 자연을 담은 ‘맛’과 ‘멋’의 조화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국민뿐만이 아니라 외국인을 사로잡을 수 있는 평창의 매력을 찾기 위한 시도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시작이 반이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따스한 미소와 함께 친절한 서비스로 만나는 그 무엇이라도 이미 강원도스럽고 평창다울 것만 같다.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백룡동굴, 육백마지기로 가는 길목 창리에 자리잡은, 허름하지만 아름다운 향토음식점 ‘고마루’에서 안주인의 구성진 ‘미탄아라리’를 들으며 먹었던 장국수와 메밀부치기가 생각난다. 말만 잘하면 손수 만든 만두도 한 움큼 얹어주는 그곳이 바로 외지인과 외국인을 넘어선 우리가 찾는 평창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