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슈퍼리그, ‘축구한류’로 달아오른다

2017-02-23 20:00

아주경제 김태근 기자 =축구광으로 소문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축구굴기(堀起)'를 외치면서 중국슈퍼리그(Chinese Super League, CSL)는 세계무대를 주름잡는 외국인 명감독과 선수들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취임 이후 각종 공개석상에서 축구를 화제로 올리며 '축구광'으로 불려왔으며 중국 정부도 이에 발맞춰 축구굴기를 위해 거액의 자금과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감독과 선수들 영입으로 그 대상이 옮겨오며 그라운드의 ‘축구한류’가 서서히 일고 있다.

그간 세계적인 스타선수나 명감독을 꾸준히 데려왔지만 효율성과 팀 적응력, 중국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파트너로 '한국감독과 선수 영입이 최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선택으로 보인다.
 

고 최은택 감독 [빠이두 제공]


◆ ‘축구한류’의 원조 고 최은택 교수

‘축구한류’의 원조라면 고 최은택 감독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최 감독은 1997년 중국 슈퍼리그 전신인 갑급 A리그에서 최약체인 연변팀의 사령탑을 맡은 지 1년이 채 안 돼 강등위기의 팀을 4강에 진출시킨 신화를 쓴 감독이다.

그의 대성공은 이후 김정남, 차범근, 박종환, 이장수 등 한국인 감독의 중국 진출에 발판을 마련해 ‘축구한류’의 바람을 이어갈 수 있었다.

97년 7월 6일, 최은택 감독이 지휘하는 연변 팀은 홈에서 당시 많은 자금을 쏟아 부어 우승후보로 꼽히던 챈웨이환다오(前衛寰島)팀을 2대 1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첸웨이환다오의 독일 명감독 슬라프니는 경기가 끝난 뒤 조용히 최은택 감독에게 “당신이 중국에서 감독하면서 1전 한 푼 안 받는다고 하던데 정말인가?”고 물었다.

이에 최은택 감독은 “나는 연변축구를 도와주러 온 건데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 할망정 어찌 대우문제를 운운할 수 있겠는가?”라고 대답하며 슬라프니가 할 말을 잃게 했다고 한다.

그의 높은 인격 덕분에 연변팀 선수들은 그를 감독이 아니라 아버지, 인생의 스승으로 높이 받들었다. 감독으로 부르지 않고학장님, 교수님으로 높여 불렀다.

연변 팀의 이런 가족 분위기는 기타 팀 선수나 다른 지역 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고 오늘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최은택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서부터 연변 팀의 경기는 언제나 화끈했고 아무리 강팀과 맞붙어도 공격축구를 구사했다.

이는 '선수비후공격' 전술이 유행하는 중국 축구계를 강타했다. 당시 한 언론에서는 “연변 팀의 경기는 보는 이들의 피를 들끓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중국의 한 프로팀 감독은 “연변 팀과 경기하면 마치 미친개랑 싸움하는 것 같다. 그들은 끊임없이 뛰어다니고 그림자처럼 붙어 다닌다. 전혀 당해낼 방법이 없다. 우리는 뛰다가 지쳐 피를 토할 지경인데 그들은 여전히 생기가 넘치니 어떻게 같이 놀 수 있겠나”고 감탄했다.

최은택 감독은 중국 프로 축구계에 가장 먼저 프로의식을 도입한 외국인 감독이었고 지금까지도 축구선수의 교과서적인 명언으로 되고 있는 “축구선수가 되기 전에 인간이 되라”는 이념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그가 연변 팀을 떠나 귀국하던 날 연변 공항은 환송인파로 초만원을 이루며 마비 상태에 처했고 일부 팬들은 너무나 안타까워 공항에서 대성통곡을 하기도 했다.
 

이장수 감독 [빠이두 제공]


◆‘축구한류’의 최장수감독 이장수

특유의 카리스마와 친화력으로 하위권에서 맴돌던 충칭(重慶)리판(力帆)팀을 슈퍼리그 정상급으로 발돋움시켜 ‘충칭의 별’이라는 별명이 붙은 한국 감독 이장수는 중국 슈퍼리그 ‘축구한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신자이다.

한국에서도 가장 엄격한 감독으로 소문나며 ‘철의 감독’으로 통하는 이장수 감독은 1998년 중국에 진출했다.

이장수 감독은 충칭(重慶)리판(초기에는 첸웨이환다오라고 함), 칭다오텐청(天誠), 베이징궈안(國安), 광저우헝다(恒大)를 거쳐 창춘(長春)야타이(亞泰)의 지휘봉을 잡기까지 13년간 중국 프로축구 감독으로 분전한 최장수 감독으로 ‘축구한류’의 신화를 써나간다.

지금 지휘봉을 잡고 있는 창춘야타이는 지난해 그가 감독으로 취임할 당시 슈퍼리그 최하위 강등위기의 팀이었다.

당시 이 감독은 중국 슈퍼리그 감독으로 진출한 이후 축구협회컵 1위를 두 차례나 따내고 갑급 A리그 1위, 슈퍼리그 1위, 슈퍼리그 2위를 각기 한 차례씩 취득한 '명장'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

그의 명성은 중국 축구무대에서 활약한 모든 세계 명감독들의 성과를 뛰어넘는 것으로 중국 팬들은 그가 창춘야타이 감독으로 취임한데는 다시 한 번 강등 위기의 약팀을 강팀으로 끌어 올리려는 의지가 숨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10월 마지막 날의 경기에서 창춘 야타이가 상하이(上海)선화(申華)를 1대 0으로 물리치며 탈락의 위기를 모면하게 했다.

이날 경기에 대해 현지 언론은 “중국축구를 잘 아는 한국 아저씨 이장수가 창춘야타이를 위기에서 건졌다!”고 대서특필했다.
 

박태하 감독 [빠이두 제공]


◆‘연변의 기적’을 일구어낸 박태하 감독

중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투자로 자본과 선수가 넘쳐나는 세계적인 리그로 급성장중인 중국프로축구에서 최근 돌풍의 팀으로 급부상한 팀이 바로 연변 부덕FC다.

가장 가난한 팀이 일약 슈퍼리그의 주역이 된 연변 부덕FC의 1등 공신은 당연히 팀의 지휘봉을 잡고있는 박태하 감독이다.

2014년 12월 중국에 진출해 연변 팀의 사령탑을 맡은 박 감독은 취임후 조직력과 팀워크를 내세우고 선수들이 즐겁고 행복한 축구를 하도록 주문했다.

이후 최단시간에 갑급 A리그 하위 팀을 슈퍼리그 팀으로 승격시키는 이변을 일으켰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연변조선족 자치주 영예시민’ 칭호를 수여 받았다.

지난해 슈퍼리그에서는 슈퍼리그 승격 첫해에 연변 팀을 16개 팀 중 12위를 쟁취하게 하는 또 한 번의 기적을 올렸다.

‘축구한류’의 서막을 연 고 최은택 감독 이후 박태하 감독은 선수들에게 '팀워크와 행복축구'를 주문하며 약팀인 연변 축구를 중국 슈퍼리그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시키면서 ‘축구한류’는 중국인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빠이두 제공]


‘축구한류’는 중국에 신선한 축구문화를 심어줬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경기장과 광장을 가득 메운 ‘붉은 악마’를 연상케 하는 경기장을 메우는 응원 팬들, 특히 최근에는 유명세를 타는 특별한 팬들이 응원단과 선수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수박 할머니’로 불리는 리애신(76세) 할머니가 한 달 연금 1000위안(약 17만원)을 팀에 기부하며 ‘선수들에게 수박이라도 사 먹여라’던 훈훈한 이야기, 원정경기응원까지도 따라 나서며 12번째 선수로 뛰는 찰떡 궁합응원단이다.
 

[빠이두 제공]



◆중국 슈퍼리그 그라운드를 더욱 뜨겁게 달굴 ‘한류’

이제 중국 슈퍼리그는 한국 지도자들의 경연장이 됐다. 연변 푸더의 박태하(48), 항저우(杭州) 뤼청(綠城) 홍명보(47), 충칭리판 장외룡(57), 창춘 야타이 이장수(60)에 이어 FC 서울 최용수(43)감독까지 장수(江蘇) 쑤닝(蘇寧)의 지휘봉을 잡는다.

16개 슈퍼리그 구단 중 5개 팀이 한국인 감독들이다. 슈퍼리그 감독 중 한국인이 가장 많다. 다음으로 중국(4명), 세르비아 (2명), 브라질 스페인 스웨덴 불가리아 독일이 각기 1명 순이다.

한국감독들에게 제공하는 연봉도 ‘억’소리가 난다. 최용수 감독이 장수에서 받는 연봉은 약 35억 원, 홍명보 감독도 2014브라질 월드컵 한국대표팀을 이끌 때보다 연봉(약 16억 원)이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한국 감독에게 제공되는 연봉은 유럽 명감독을 초빙할 수 있는 액수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한국 지도자들을 선호한다. 이유가 궁금했다. 중국의 한 스포츠전문지 기자는 “한국 감독은 강한 훈련을 선호한다. 또 선수들을 장악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다”고 설명했다.

감독만이 아니다. 선수에 대한 러브콜 역시 뜨겁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국가 대표였던 하대성(베이징 궈안)과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을 포함해 김주영(상하이東亞) 박주성(구이저우런허) 장현수(광저우 푸리)정인환(허난젠예) 최현연(하얼빈 이텅) 하태균(연변푸더FC) 등이 중국 슈퍼리그 무대를 누비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말 오범석(전 수원 삼성)이 항저우 그린타운과, 김승대(전 포항스틸러스)와 윤빛가람(전 제주유나이티드)역시 지난해 12월 연변푸더 FC와 계약했다.

이외 몇몇 선수의 실명까지 언급되며 중국 슈퍼리그 팀들이 한국인선수를 더 데려갈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고 올해 중국 슈퍼리그를 누빌 한국선수만 10명이상이 될 것이다.

이제 한국 감독과 선수가 맹활약하는 2017년 중국 슈퍼리그는 ‘축구한류’의 화려한 무대로 더욱 뜨겁게 타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