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미국, '요지부동' 중국, 경제전쟁 시작될까...불안한 세계

2017-02-17 17:24
트럼프의 미국,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할지에 시장 관심 집중
환율조작국 지정하면, 미중 통상전쟁 불가피...경제패권 겨룰까

[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일본의 수년 간 시장 조작을 미국은 멍청이처럼 지켜만 봤다.”
“공격한다면 맞서겠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는 서로를 겨냥해 날선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은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두 강대국 간 줄다리기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 상해증권보(上海證券報)는 14일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화폐 냉전'을 서막을 열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 공약 지키는 트럼프, 환율전쟁 발발하나
 
[사진=아주경제 DB]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공언했다. 또, "중국이 미국을 강간하고 있다"는 막말과 함께 중국산 제품에 최대 45% 고관세를 물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중국 외교의 숨은 입으로 불리는 환구시보는 "싸움을 건다면 절대 물러서지 않고 맞대응 하겠다"면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메시지를 계속 내보냈다. 중국은 이미 충분히 강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자신감도 피력했다.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와 함께 달러 강세에 힘이 붙고 이에 따라 위안화 가치는 빠르게 떨어졌다. 중국 경기하방 압력이 커지고 성장률 둔화가 지속된 것도 위안화 절하를 부추겼다.

이에 인민은행은 대대적인 환율 방어에 나섰다. 이에 따른 여파로 지난 1월 중국 외환보유액은 심리적 지지선인 3조 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시장 불안감을 키우기도 했다.

최근에는 안정된 상태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미국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에 힘이 빠졌다. 위안화의 달러당 환율은 6.8위안 선을 유지하며 소폭의 상하 변동만 반복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환율 시장의 안정은 폭풍 전야의 고요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음이 계속 나오고 있다. 

돌발행동을 일삼는 트럼프지만 취임 이후 공약 상당수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은 물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이 그러하다. 이는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에 선전포고를 할 확률이 아주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트럼프는 "중국과 일본이 수 년간 (미국에) 무슨 짓을 했는지 보라"며 지금까지 미국은 멍청이 같았다는 거친 표현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만나 중국의 '환율 조작' 문제를 거론하고 "우리는 결국 공정한 운동장에 있게 될 것"이라며 곧 관련 조치가 있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밝히는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는 오는 4월 공개된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며 △ 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 △ 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 3% 이상 △ 자국 통화가치 상승 방어를 위한 반복적 외환시장 개입 등 조건에 부합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중국·일본·독일·대만·스위스를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 환율조작국 지정 배경은 '무역', 통상전쟁도 불가피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강세가 불만이다. 위안화 가치가 너무 낮아서 미국의 이익을 중국이 빼앗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하면 달러 강세도, 위안화 절하도 모두 멈추지 않을까.

물론 아니다. 우선 트럼프가 달러 강세를 뒤집는 과정에도 변수가 많다. 트럼프와 달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3차례 가량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상반기 통화정책 청문회에 참석해 재차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주춤했던 달러 강세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여전히 큼을 잘 보여준다.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는 배경에 '무역'이 있다는 점도 상황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적자를 해결하고 싶다. 지난 12일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5023억 달러로 4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전체의 46.2%에 달하는 3470억 달러가 중국 간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결국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면 이는 중국 제품 대한 고관세 부여 등 대(對)중무역 제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확실한 신호다. 중국은 맞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니 대대적인 방어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위안화의 대대적 절하로 미국에 반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중 간 통상전쟁은 모두에게 손해라고 지적하고 중국이 보복 관세 외에 미국 국채 매도, 위안화 절하, 글로벌 시장 확대 등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내놨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미국에 중국이 '경제 세계화'를 내밀고 나온 것도 주목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경제 세계화’를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고립주의를 택하고 중국에 칼을 들이대면 세계 각국과의 무역공조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중국 당국이 야심차게 추진 내놓은 '일대일로(육·해상실크로드)' 구상이 핵심카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추진에도 속도가 붙었다. 미국이 버린 TPP에 중국이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환율·통상전쟁이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경쟁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내달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첫 다자회의 데뷔무대로 이곳에서 미·중 양국 금융 수장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타협점을 찾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미·중 간 전운이 경제는 물론 정치·외교 등 전방위적으로 감지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최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의 한국,일본 방문에서 북핵,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에서 미·중간 대립이 불가피함이 확인됐다. 이 상황에서 북한이 '북극성 2호’ 미사일을 발사하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피살되면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에서의 미·중 관계 난이도도 한층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