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 열풍] ➏ 포켓몬고 게임과 사냥 본성...우리 몸에 깃든 DNA의 명령
2017-02-11 07:00
"우리 몸은 석기시대"에서 해답을 찾다
직장인 A씨는 회사 동료들과 저녁 식사를 하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포켓몬고 게임과 관련한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 뿐 아니라 그 자리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이 이미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모바일게임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포켓몬고 게임을 설치한 사람이 85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대략적인 추산에 따라 4천만 명 정도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하면 5명 가운데 1명은 포켓몬고 게임을 설치했다는 이야기다.
이 쯤 되면 포켓몬고 신드롬(syndrome)이라고 부를 만하다.
통상적으로 모바일 게임은 혼자서 하는 것과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하는 게임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포켓몬고는 이 두 가지 속성을 다 가지고 있다.
포켓몬고 게임 유저들은 혼자서 열심히 발품을 팔아 240마리에 이르는 포켓몬을 다 잡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자신이 잡은 포켓몬은 ‘진화’를 통해 새로운 포켓몬으로 다시 태어나고, ‘강화’를 통해 힘을 기른다.
포켓몬고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이 또 물었다. 왜 그렇게 빠져들게 되느냐? 포켓몬을 다 잡으면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열심히 기른 포켓몬을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광하느냐는 질문이었다.
포켓몬고의 최대 장점이면서도 슬픈 현실은 최근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는 혼족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포켓몬고 게임은 철저하게 자신과의 싸움이다. 포켓몬고의 고는 영어의 go이다. 즉 가야 한다. 계속 걸어야 한다. 게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포켓몬을 잡을 수 있는 몬스터 볼을 획득해야 하는데 이 몬스터 볼은 포켓스탑이란 곳에 가야 획득할 수 있다. 물론 ‘현질’이라 해서 현금을 주고 살수도 있지만, 발품만 제대로 팔면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혼자서 밥을 먹는 혼식, 혼자서 술을 먹는 혼술 등 싱글 족들의 새로운 경향과 문화를 게임 개발업체가 제대로 적용한 것이다.
AR(증강현실)과 GPS를 통한 위치기반 서비스 등 미래 기술에 대한 동경이 낳은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우스갯소리를 보탰다.
이 게임을 하는 것은 미래에 닥칠 현실을 게임을 통해 가상 체험한다는 생각이 클 것이다. 게임의 캐릭터가 다 그렇듯이 포켓몬 역시 현실에 존재하지 않고 가상의 현실에 존재한다. 버그가 일어날 경우, 어쩌면 그동안 자신이 공들였던 것이 한순간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아직 그런 위험성이 경고된 적은 없지만, 가상현실은 실체적인 물질의 소유가 아닌 바에야 언제든지 전기가 나가면 컴퓨터가 작동을 멈추듯이 서버 이상 등의 이유로 한 순간에 사라질 위험은 언제든지 도사린다. 컴퓨터는 백업이 가능하지만 포켓몬고도 백업이 가능한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미래에 가능할법한 디지털 기술을 손안의 컴퓨터인 모바일로 운용해본다는 선민의식(選民意識)을 무의식적으로 제공하고 있을지 모른다.
과연 그것만으로 설명이 될 수 있을까? 포켓몬고 게임의 근본은 사냥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진화학자들은 우리 인간의 DNA가 석기시대의 사냥과 수렵을 기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우리 몸은 아직 석기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요체다. 독일의 의사이자 분자의학 교수인 데트레프 간텐은 <우리 몸은 석기시대-진화의학이 밝히는 질병의 이유들>(중앙books,2011)라는 책을 통해 우리 몸의 질병을 설명하고 있다
석기시대에 우리 인간들은 생존을 위해 열심히 사냥을 하고 수렵에 나서야 했다. 포켓몬고 게임은 우리 몸이 기억하고 있는 사냥에 대한 본성을 잘 활용한 것이기에 지금, 많은 사람들이 열광을 해서 신드롬으로 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사냥도구를 구하는 포켓스탑이 산이나 숲 등 자연에 위치하지 않고 도시에 집중된 것은 어쩌면 우리가 석기시대가 아닌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겨울 한파로 인해 포켓몬고 게임 이용자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다시 봄이 올 것이다. 그러면 포켓몬고 게임은 새로운 전성시대를 맞이할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