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항일기념관 보수집회 묵인 "원 도정 몰역사 인식이 빚은 참극"

2017-02-07 17:37

아주경제 진순현 기자= 제주도가 항일기념관을 보수단체 집회의 장으로 묵인해 파문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7일 성명을 내고 “항일운동의 성지가 국민정서에 반하는 탄핵정권 비호와 이념 집회의 장으로 전락한 것은 원희룡 도정의 분별없는 행정행위와 몰역사 인식이 빚은 참극”이라고 날을 세웠다.

더민주 도당은 “당초 노인 스마트폰 교육 및 정신 교육이라는 미명으로 행사장 사용 신청을 해놓고, 급조 단체 결성을 추진하며 국민 다수의 상식에 어긋난 집회를 기획한 집회 측의 의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비난했다.

도당은 “하지만 정작 문제는, 이를 사전에 감지하고도 사실상 이를 묵인해 준 원희룡 도정의 무분별한 태도”라며 “원 도정은 지난 금요일 이번 집회의 성격이 언론에 노출돼 문제제기가 이어졌음에도 ‘문제 없다’는 식의 답변에다 심지어 ‘항일 기념관을 알릴 좋은 기회’라는 식의 반응까지 내놓으며 이를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도당은 “원 도정이 뒤늦게 당초 신청 목적대로 행사를 치를 것을 주최 측에 요구했다고는 하지만, 도대체 항일 기념관의 설립취지와 그 활용 취지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과 헌정파괴 사태를 불러온 정권 탄핵이라는 시국을 부정하고 왜곡된 논리로 반대하는 집회를 허가하는 게 ‘올바른 역사의식과 애국, 애향정신 함양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자는 항일 기념관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캐물었다.

도당은 “백보 양보해 행사의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성지에서 특정한 정치적 목적의 행사를 묵인한 도정의 행위 자체가 매우 부당한 것“이라며 ”더욱이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서귀포 예술의 전당 대관을 불허한 지난해 4월의 경우나, 일본 ‘군국주의 망령’을 고발한 사진전을 불허한 지난 2015년의 경우에 비춰 이번 도정의 행위는 그 자체로 무분별하고 편파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바로 이 곳에서 1919년 제주도민의 항일 만세운동이 최초로 결행됐고, 제주4·3의 아픔 또한 3·1절 발포사건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에서, 이곳은 4·3과 궤를 같이해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성지”라며 “그런데 이러한 장소가 광주 5·18 민간인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을 찬양하고 ‘빨갱이’ 운운하는 이념 집회의 장으로 물들여졌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4․3왜곡에 앞장서 온 서경석 목사의 강연이 버젓이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어떻게 용납할 수 있는가”라고 분개했다.

더민주 도당은 “원 도정은 ‘정치집회 허용’이라는 단순한 행정행위의 부당성 차원을 넘어, 제주인의 성지를 훼손한 불순한 이념집회를 방관했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며 “이번을 기회로 항일기념관의 설립취지와 목적에 따른 분명한 운영 원칙을 세우고, 공공시설 사용과 관련한 불편부당의 원칙을 확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