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9일 실적발표...'손실 다 털고 가자'

2017-02-05 12:53
감사거설 여파로 국내외 사업장 부실 손실 선반영 무게
박창민 사장 체제 본격 전환 포석도

대우건설이 오만 두쿰 타운(Duqm Town)에 시공한 수리조선소 전경.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대우건설]


아주경제 김충범 기자 = 최근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4분기 잠정 영업실적(연결재무제표 기준)이 모두 발표됐지만, 대우건설만 실적 공시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 특히 이번 발표가 향후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 향방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5일 대우건설 측은 작년 4분기 잠정 실적이 이달 9일경 공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이 이미 지난달 24~26일 일제히 실적을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2주가량 늦은 셈이다.

이렇게 실적 공개가 지연되는 것은 대우건설이 지난해 11월 말 국내·외 주요현장 회계실사를 골자로 한 조기 연말 회계감사에 돌입한 탓이다. 이는 앞서 대우건설이 제출한 작년 3분기 보고서가 감사인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 판정을 받은데 따른 후속작업이기도 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안진 측으로부터 허술하다고 지적된 준공예정원가 통제 시스템에 대해 실사 인력을 대폭 확대하다보니, 물리적으로 시간이 소요돼 공시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저인망식 감사로 작년 4분기의 보수적 회계 처리가 예상되면서, 해외건설을 중심으로 한 대우건설의 손실 반영이 수면위로 떠오를지 여부도 관심사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2641억원이다. 4분기 실적 성적에 따라 2016년 영업실적이 적자로 반전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물론 주택사업 부문에서 견고한 실적을 보여 온 만큼 영업이익이 유지될 수도 있지만, 업계는 잠재적 부실 가능성이 있는 해외 사업장의 조사 대상이 확대된 만큼 실적 악화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올해 사업보고서까지 의견거절 판정이 내려질 경우 상장폐지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 안진 측의 까다로운 실사에 응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특히 작년 3분기 기준 2조원에 달하는 미청구공사가 매출액으로 반영돼있는 점이 변수다. 인식 시점이 애매한 해외 사업장들이 많아, 손실도 조기에 인식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실적 발표 결과에 상관없이 산은의 매각 작업에는 좀 더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한 인수합병(M&A) 전문가는 "이달 9일이 지나면 대우건설의 실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이에 따른 회계 투명성도 제고딜 것이다.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며 "특히 산은이 대우건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송문선 전 부행장으로 교체하고, PE실 인사도 새롭게 선임하는 등 요직 인사를 재배치한 만큼 매각 정상화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산업은행 관계자는 "물론 대우건설 실적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점은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 유불리를 속단하긴 힘들다"며 "아무리 회계 건전성이 높아진다 해도 실적이 너무 안 좋게 나오면 이 역시 매각의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