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女인재를 키워라 (상)] ‘여성고객 우대·여직원 하대’ 유통기업의 두 얼굴

2017-01-16 07:10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2017 정유년 새해, 국내 주요 유통기업 총수들은 한결같이 ‘변화와 혁신’을 화두로 제시했다. 경기침체와 대내외적 악재 속에서 기존 사고와 관습을 걷어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다. 하지만 ‘여성인재 양성’을 위한 혁신에는 유독 소홀했던 곳이 유통업계다. 여성을 주고객을 삼으면서도, 남성 중심 문화에서 쉽사리 탈피하지 못했던 탓이다. 새해들어 유통업계가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현황과 개선점을 살펴보려 한다.<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상) ‘여고객 우대·여직원 하대’ 유통기업의 두 얼굴
(중) 빅3 기업 ‘여성 임원’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
(하)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 여전히 걸음마 수준

“남들 다 쉬는 주말, 심지어 공휴일에도 못 쉬고 남보다 늦게 퇴근하다보니 아이 걱정·집안일 걱정 걱정이 두배인 직장”
이는 다름 아닌 여성이 전체의 70% 이상이 차지하는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등 국내 유통업체 직원들의 하소연이다.[사진=아이클릭아트]


“남들 다 쉬는 주말, 심지어 공휴일에도 못 쉬고 남보다 늦게 퇴근하다보니 아이 걱정·집안일 걱정이 두배입니다.”

이는 다름 아닌 여성이 전체의 70% 이상이 차지하는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등 국내 유통업체 직원들의 하소연이다.

비단 유통업체 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들의 여성 채용은 날로 증가하는 반면, 그에 따른 인재 육성책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600대 상장기업의 여직원 비율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꾸준히 증가, 2015년 기준 종업원 100명 중 22명이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여성 비율은 2011년 20.6%에서 2015년 21.6%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여성 직원 비율이 높은 상위 5대 상장 기업은 웅진씽크빅(78.7%), 남영비비안(77.5%), 신세계인터내셔날(72.8%), 현대그린푸드(70.2%), 광주신세계(69.4%) 등으로 패션·푸드 등 유통 계열사가 주를 이뤘다.

여성 직원들의 비중은 매년 늘어나는 반면 직장 내 여성들의 승진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남성 중심의 직장 문화가 쉽게 바뀌지 않고 여성들은 출산·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면서 승진 연차에서 밀리는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유통업계 1위,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의 경우, 1월 현재 전체 임원(상무보 이상) 600명 가운데 여성 임원은 19명로 3%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들 중에서도 공채 출신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유통업계에서도 여성 직원이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임원이 되는 것은 ‘유리 천장(Glass Ceiling)’ 뚫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사실인 셈이다.

업계의 한 여성 임원은 “여성 고객들은 VIP로 모시면서 정작 여성 직원들을 하대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면서 “남성 직원과 비교해 충분한 능력을 갖췄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승진에서 누락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전했다.

물론 여성비율이 높아지면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출산·육아 지원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롯데는 2012년 대기업 최초로 ‘자동육아휴직’ 제도를 의무화 했다. 2017년부턴 기존 1년이던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2년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대기업 최초로 남성 임직원도 배우자 출산시 1개월 의무 육아휴직제를 도입했다.

현대백화점 또한 출산휴가 신청과 동시에 1년간 자동 휴직할 수 있는 ‘자동 육아휴직’ 제도와 임신 12주 이내 36주 이상 ‘유급 2시간 단축근무’ 제도를 시행 중이다. 현대홈쇼핑은 36주 이후 임산부 여직원은 출퇴근용 업무택시카드(월 10만원 한도)도 지급하고 있다.

신세계도 임산부 대상 ‘2시간 단축 근무제’를 실시, 출퇴근 시간을 조절토록 했다. 또한 법정 출산휴가(90일)와 육아휴직(1년)과 별도로 임신 인지 시점부터 사용 가능한 출산휴직과 희망육아휴직(1년)을 추가 사용할 수 있어 최장 3년 휴직도 가능하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여성 고용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여전히 하위권(2014년 기준, 33개국 중 26위)”이라며 “일부 기업이 추진 중인 일·가정 양립 관련 프로그램들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