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퇴출] 최순실 사태로 기업 구조조정 동력 상실 우려…"원샷법 지속 추진해야"
2017-01-08 15:30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한계기업 증가가 한국경제 활력을 꺼트리는 주요인으로 떠오르자 정부도 이들에 대한 대응책 및 대비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안정 탓에 기업 구조조정 동력이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일명 원샷법으로 불리는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의 경우, 지난해 8월 첫 시행 이후 15개 기업의 사업재편계획이 승인될 정도로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상황에서 정치권 불똥이 불안스럽기만 하다.
◆ 정부, 올해 40개 이상 사업재편…"어떤 정부든 지속 추진"
정부는 지난 2015년 하반기부터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5대 취약업종을 선정,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공을 들이는 부분은 원샷법을 통한 선제적 사업재편이다. 지난해 8월 13일 사업재편의 근거가 되는 기활법 시행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총 15건의 승인이 이뤄졌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각 4개, 중소기업 7개로 승인 기업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12개가 공급과잉 업종인 조선·철강·석유화학 기업이었다.
지난해 승인된 사업재편 계획에 따른 신규 투자액은 1조4285억원에 달하며 신규 고용인원은 374명이었다. 특히 올해부터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에 더해 기술보증기금이 새로이 참여한다.
세법 개정에 따라 세제 지원도 대폭 강화되고 공급과잉 업종에 대해서는 신청요건도 완화했다. 정부는 올해 40∼50개 이상의 기업이 추가로 사업재편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도경환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은 "(기활법이 벤치마킹한) 일본은 연간 40~50개의 기업에 대해 사업재편을 승인했다"며 "우리는 넉 달간 15개인 만큼 이 속도만 유지해도 40~50개는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선이 조기에 치러질 가능성에 따른 기활법 존속 우려에 대해 "구조조정은 세계적인 움직임인 만큼 일부 개선·보완은 가능해도 근본적인 취지는 어떤 정부든 관계없이 지속할 것이고,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기업 구조조정은 필수 과제…일본 성공사례는?
정부가 이토록 기업 구조조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직면한 기업이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한 일본의 성공사례는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산업계의 자발적, 선제적 구조 개혁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버블경제가 무너지고 장기불황이 계속되자 1999년 산업활력법을 제정, 우리보다 17년 먼저 공급과잉 업종의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이후 지난 2014년 산업경쟁력강화법으로 확대 개정했다.
이 법이 실제로 일본에서 거둔 성과는 상당하다. 600개 이상의 정상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 과잉설비와 과잉채무, 생산성 저하 문제를 해결,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MHPS) 사례는 대표적인 원샷법 성공사례로 꼽힌다. MHPS는 설립한지 2년이 조금 넘은 신생업체로 2014년 매출 1조2000억엔(약11조4000억원)을 달성, 2020년까지 2조엔 달성을 목표로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다.
MHPS는 일본 원샷법에 힘입어 탄생했다. 플랜트 사업을 하던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제작소가 주력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부문 합병을 결정하고 합작사 MHPS를 세웠다.
이때 일본 정부는 원샷법에 따라 등록면허세를 낮춰주고 투입한 자본금의 70%를 10년간 손비로 처리해주는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일본 최대 철강회사인 신일철도 원샷법의 혜택을 받았다.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신흥국가 철강 기업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경영 부진을 겪던 신일철도 스미토모금속과 합병하면서 정부가 등록면허세를 50%가량 줄여줬다. 합병 이후 신일철 생산량은 세계 6위에서 2위로 오를 수 있었다.
사업재편 승인을 받은 일본 기업들의 급격한 생산성 향상은 원샷법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사업재편 승인을 받은 기업 488곳 중 성과보고서를 제출한 212곳을 분석한 결과 생산성 향상 지표로 볼 수 있는 유형자산회전율이 88.4% 상승했다.
자본이익률(당기순이익/자기자본) 역시 37.0%(53개 기업 평균) 상승했다. 또한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매출 증가는 고용으로 이어져 일자리 창출 기여 부분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여줬다.
일본의 사업재편 승인 기업 중 231개사가 신규채용 목표를 세웠고 이 중 170개사에서 7만71명을 신규 채용했다. 기업당 평균 412명에 달한다.
◆ "일시적 경제충격 우려로 기업 구조조정 지연돼선 안돼"
전문가들은 기업 구조조정이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특히 구조조정 노력이 최근 정치불안정 등으로 완화·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일시적인 경제충격을 우려해 기업 구조조정이 더는 지연돼서는 안되며 회복가능성이 없는 한계기업은 자원배분의 효율성 확보차원에서 시장원리에 의해 과감히 퇴출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별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고 기업 구조조정이 국내산업 붕괴보다는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되도록 정부·민간부문의 긴밀한 협력과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