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관의 시선] 부동산 재테크 불확실성의 시대

2017-01-04 17:00
강영관 아주경제 건설부동산부 차장

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집값이 한창 오를 때 필자의 지인들은 "집을 사야 할까"라는 질문을 많이 했다. 그런데 집값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최근에도 질문은 같다. "집을 사야 할까".

앞의 질문은 "지금이라도 주택 구매 행렬에 동참해야 하나"라는 조바심과 "혹시 상투를 잡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이 포함됐고, 뒷 질문에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집을 구입할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이 표현됐기 때문에 같은 질문이지만 원하는 답변은 자못 다르다.

그러나 한푼 두푼짜리도 아니고 수억원 씩 하는 집에 대한 의견을 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에 이와 관련한 질문을 들을 때마다 대답은 항상 곤궁해진다.

때문에 이처럼 난감한 질문을 교묘하게 피하면서 성의있게 대답하는 방법은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을 읊어주는 것 뿐이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은 예기치 않은 변수가 생기는 경우를 제외하곤 대체로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믿음에서다.  실제 더 넓은 시야를 가진 전문가를 활용한 집단지성에 기대는 것은 실패의 위험을 줄이는 방편이다.

올해 '집을 사야 할까', '부동산 재테크는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답할까, 다수의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본 결과 "당분간 보류", 혹은 "하지 마라"이다. 

최근 KB국민은행은 은행·증권 자산가 120명을 대상으로 '부동산시장 전망 및 선호도' 설문조사를 했다. 이들 가운데 97%는 2017년 전국 주택가격이 현상 유지 또는 하락할 것이라고 봤다. 자산가들은 2017년 부동산시장 변화의 원인으로 부동산정책(35%)과 시중금리(33%)를 꼽았다.

아주경제 건설부동산부에서도 국내 내로라하는 전문가 20인에게 설문을 통해 '정유년 부동산 전망'을 들어봤다. 결과는 올해 부동산 시장이 '약보합 국면'이다. 각종 부동산 규제와 금리 인상, 공급 과잉 등 악재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근거는 넘친다. 우선 올해부터 공급과잉 우려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 부동산정보업체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36만9020가구로, 1999년(36만9541가구) 이후 가장 많다. 2018년에는 이보다 더 많은 41만 가구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저금리 시대도 저물고 있다. 미국이 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2015년 12월 한번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1년간 미뤘다가 지난달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그리고 올해 3차례 정도 금리가 인상될 전망도 나왔다.

금리가 올라 이자부담이 커지면 당연히 주택시장에 충격을 줄 수 밖에 없다. 국내 금리가 바로 오르진 않더라도 시중 은행들이 미리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시장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고삐를 죄고 있는 부동산 관련 대출규제 강화도 올해 비관적 전망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낮추고자 소득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아파트 잔금대출에도 적용하고 3월부터는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에도 적용한다. 가수요 뿐만 아니라 실수요도 적잖게 어려워지는 셈이다.

집을 사려는 수요자 입장에선 당장 집값이 떨어지는데, 굳이 올해 집을 구매하는 모험을 감내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실수요자들은 시장 흐름이 어느 쪽으로 튈 지 항상 불안하다. 때문에 주변 지인들에게 수시로 질문을 던져 확인을 받는다.

부동산 시장에서 예측가능한 시장논리가 작동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다. 새해에는 부동산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해 적어도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서민들이나 부동산 재테크를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