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전세] 1년 내내 오른 서울 아파트 전셋값...씨 마르는 매물에 전세대란 우려 커진다

2024-05-16 18:45
지난해 5월 둘째주 이후 52주 연속 상승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내내 올랐다. 입주 가뭄과 전세사기 여파에 따른 빌라 기피 현상이 맞물리면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사라지고 전셋값 급등으로 이어지는 ‘전세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전세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다음 주 전세를 포함한 주택 공급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부동산원은 5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이 전주 대비 0.07% 올랐다고 16일 밝혔다. 지난해 5월 둘째 주 이후 52주 연속 상승세다. 

전셋값 고공 행진은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이 맞물린 ‘수급 불균형’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세입자들이 전세의 한 축을 담당하던 빌라·오피스텔을 기피하면서 아파트로 전세 수요가 몰린 데다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해 다시 전셋값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세를 놓으려는 집주인보다 세를 구하려는 임차인이 많은 상황은 전세수급지수에서도 파악된다. 5월 첫째 주(지난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0.1을 기록하며 2년 5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을 넘어선 데 이어 둘째 주에도 100.2로 상승했다.

특히 전세 매물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전세난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아실이 집계한 이날 기준 서울 전세매물은 2만9187건으로 1년 전(3만8614건)보다 9427건(24.4%) 감소했으며 지난 3월(16일 기준 3만2835건) 이후 불과 두 달 새 10% 수준인 3648건 줄었다. 서울 구로구 '구로두산'(1285가구)과 '삼성래미안'(1244가구) 등 1000가구 넘는 대단지임에도 전세 매물이 전무한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세 가격 상승으로 매매 가격과 격차가 줄어들면서 서울 아파트에 대한 갭투자도 성행할 조짐이다. 지난 3월 4억1000만원에 매매 거래된 금천구 독산동 '한신아파트' 전용 84㎡는 열흘 뒤 3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3000만원에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과 전세 수급 불균형으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전세난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한다. 이와 함께 전셋값이 매매 가격의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하는 만큼 매매 가격을 밀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빅데이터랩장은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기존 임차인도 신규 계약 대신 갱신계약을 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신규 매물이 감소했다”며 "올 하반기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민의 주거 사다리인 전세 시장이 불안정하면서 국토부는 다음 주 전세 안정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세 공급난 해소를 위해 주택 공급 활성화 대책과 함께 ‘임대차 2법’ 등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포함할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