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대한민국을 흔들어 놓았던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5일로 시행 100일째를 맞았다. 청탁금지법은 사람들의 삶은 물론 유통업계의 마케팅 전략까지 바꿔놓았다. ‘저녁 있는 삶’을 찾은 사람들은 혼술족으로 변모했고, 명절을 맞은 업체들은 저가형 선물시장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의 여파로 대형마트의 주류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간 외식에 치우쳤던 주류문화가 청탁금지법 이후로 ‘혼술족(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을 급증시켰다. 사람들은 인근 마트에서 주류의 구입 비중을 늘렸고 기호의 다양성도 넓혔다. 청탁금지법 하나로 대한민국의 주류문화가 큰 전환점을 맞이한 셈이다.

자연스레 유통업계는 주류매출에 관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10월 1일부터 11월 21일까지 양주 매출은 2015년 같은 기간보다 11.7%나 증가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전인 7~9월 양주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3.2%였던 것에 비하면 신장 폭이 훨씬 크다.

이마트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과거 유흥주점에서 유통되던 양주의 소비구조가 변화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혼술족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수입맥주의 매출도 덩달아 오름세다. 4일 이마트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해 수입맥주 매출은 2015년 대비 23.2%나 신장하며 큰 증가폭을 보였다. 이처럼 대형마트는 청탁금지법의 여파로 수입주류 시장의 성장이 탄력을 받자 관련 프로모션과 상품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청탁금지법은 유통의 명절 선물세트 풍경도 바꿔놨다. 기존 명절 선물세트는 한우와 굴비 등 고급특산품 중심으로 구성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돈육과 고등어 등 비교적 저가 상품도 등장했다.

이번 설을 앞두고 현대백화점은 ‘쌍다리 돼지 불백세트’(5만원)를 주요 상품으로 내세웠다. 돼지 불고기를 명절 선물세트로 판매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롯데백화점 역시 설 선물세트에서 처음으로 삼겹살과 목심으로 구성된 돼지고기 선물세트(4만9000원)를 내놨다. 신세계백화점은 수산물 중 간고등어(5만원)로 선물세트를 구성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처음 명절을 맞게 된 유통업계에서는 실속형 상품을 늘리는 추세다"며 "5만원 이하의 세트에 맞춰 무료 배송서비스 제공, 소포장 프리미엄 상품 구성 등 적절한 마케팅이 병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