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3일 1조 원 규모의 소멸시효 완성채권(죽은 채권)을 소각하는 ‘산타주빌리’ 행사를 한다. 이번 소각은 죽은 채권 탕감 사례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로, 빚으로 수십 년간 고통받은 약 12만 명이 구제된다.

이는 당의 4·13 총선 공약인 죽은 채권의 소각 이행 차원이다. 20대 국회에서 ‘죽은채권부활금지법’을 발의, 악성 채무 탕감에 나선 제윤경(초선·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 통과에 힘이 실리지 주목된다.

◆SBI 사장이 국감서 밝힌 2조원 중 1조원 ‘先 소각’

22일 제 의원실에 따르면 민주당은 23일 오전 9시 40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죽은 채권 소각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이번에 소각되는 죽은 채권은 SBI저축은행이 보유한 채권이다. 이번 행사는 같은 날 오전 10시 열리는 당의 정책 의원총회 사전 행사 차원에서 기획됐다.

앞서 제 의원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죽은 채권의 처리와 관련, 임진구 SBI 사장을 상대로 증인 신문을 하면서 2조 원 규모에 대한 소각 계획을 확인한 바 있다. 이 중 개인 명의의 대출채권 1조 규모에 대해 우선 소각이 이뤄지는 것이다.

제 의원은 지난달 22일에도 3174억 원(채권 가치 환산액)에 달하는 대표적인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의 죽은 채권 소각 퍼포먼스를 벌였다. ‘러시앤캐시’가 죽은 채권을 주빌리은행에 무상 양도키로 하면서 약 2만 명의 채권자들이 빚에서 자유로워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회사가 보유(집계 가능)한 죽은 채권 규모는 12조6000여억 원에 달한다. 그간 죽은 채권을 매입한 대부업체들은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채무자로부터 소액변제를 받아내는 등의 방법으로 시효를 부활시켰다. 10년 치 이자를 받아내는 등 악의적인 채권추심을 반복했다. 애꿎은 서민들만 수십 년간 빚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던 셈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죽은 채권이 저신용저소득 서민을 괴롭히는 요인 중의 하나임에 주목하고 죽은 채권의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을 강구해 왔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4월 ‘민생침해 5대 금융악 척결대책’의 일환으로‘불법채권추심 척결 특별대책’을 마련하고 같은 해 12월 행정지도를 통해 금융회사 및 대부업체들이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매각, 추심하지 못하도록 했다.

◆민주, 당론인 ‘죽은채권부활금지법’국회 가결에 드라이브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융당국 방안의 한계성을 지적한다. 죽은 채권의 매각 금지는 채권의 완전한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시효 부활 및 채무자들에 대한 추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3월 14일 총선 공약의 일환으로 저소득·저신용 서민을 위한 3단계 가계부채 해소 공약(1단계-현존하는 소액 장기연체 채권 소각하여 저소득·저신용 서민의 부채 면제, 2단계-금융기관이 보유한 소멸시효가 완성되거나 임박한 ‘죽은 채권’에 대한 매각과 추심을 금지 등 관리 강화, 3단계-개인채무조정 합리화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 제도 정비)을 발표, 죽은 채권의 소각 등을 약속했다.

이번 1조 규모 채권 소각은 수십 년간 악성 부채에 시달려 온 약 12만 명을 구제하는 한편,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 총선 공약 이행 차원이라는 게 제 의원의 설명이다.

당 정책을 총괄하는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번 ‘산타주빌리’ 행사와 관련해 “2016년 민주당 마지막 정책의총 사전행사로 기획했다”며 “국회가 ‘박근혜 게이트’에만 매몰되기보다 민생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의 공약 이행이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서민들에게 작은 희망이 될 것으로 믿는다”라며 “‘죽은채권부활금지법’등 당론으로 추진 중인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통해 관련 제도가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