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영화 결산③] ‘죽여주는 여자’부터 ‘미씽’까지…新여배우 사용법

2016-12-23 00:01

[사진=영화 '비밀은 없다', '미씽: 사라진 여자', '범죄의 여왕', '아가씨' 메인 포스터]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올해처럼 여성 영화 또는 여배우가 돋보였던 해가 있었을까? 남성 위주의 영화계에서 늘 주변인을 도맡았던 여성 캐릭터는 사건의 주체이자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인물로 변모했다. 이는 사회적인 변화 때문이기도 했다. 여혐 문제가 수면 위에 오르고 사회적으로 페미니즘 물결이 일어났으며 이들의 저항이 자연스레 브라운관과 충무로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여성들의 이야기, 그들의 시선이 담긴 영화들이 속속들이 개봉하기 시작했고 또한 좋은 성적까지 이끌고 있다. 즉, 2016년은 여성과 여성 영화의 새로운 시작점인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장르의 변화였다. 스릴러 장르가 강세였던 2016년 영화계인 만큼,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범죄·스릴러가 돋보였다. 늘 피해자에 머물렀던 여성들은 사건을 파헤치고 타인을 구하기 위해 직접 나서게 됐다.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비밀은 없다’와 11월 개봉한 ‘미씽: 사라진 여자’의 경우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한 엄마의 고군분투를 섬세하고 치열하게 그려내 화제를 모았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남편을 내조하던 아내 연홍(손예진 분)이 딸이 사라지고 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나 워킹맘 지선(엄지원 분)이 조선족 보모 한매(공효진 분)과 아이가 사라지자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해결해나가는 모습은 지금까지 남성 위주의 스릴러와는 다른 질감을 가졌다.

아들이 사는 고시원에서 수도요금 120만 원이 나오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가 또 다른 사건을 감지한 ‘촉’ 좋은 아줌마 미경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범죄의 여왕’ 역시 마찬가지다. 중년의 여성이 사건을 파헤치고 수사를 펼쳐간다는 점에서 영화는 기존 범죄 영화와는 판이한 갈래를 찾아간다.

특히 ‘비밀은 없다’ 손예진과 ‘미씽: 사라진 여자’ 엄지원·공효진, ‘범죄의 여왕’ 박지영은 여배우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탄탄한 연기력을 실감하게 했다. 섬세하면서도 깊은 연기력은 이제까지의 ‘여배우 사용법’이 안타까울 정도로 제 능력을 마음껏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극 중 주연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혜수[사진=영화 '굿바이 싱글' 스틸컷]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로 분류되던 여성 퀴어 영화와 여성 버디 영화들도 인기였다. 1930년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귀족 아가씨 히데코와 하녀 숙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아가씨’와 미술을 공부하는 윤주(이상희 분)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취하는 지수(류선영 분)의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은 이현주 감독의 ‘연애담’, 철없는 톱스타(김혜수 분)와 미혼모(김현수 분)의 우정을 다룬 ‘굿바이 싱글’이 그 대표적인 예다.

특히 누적관객수 428만을 돌파한 ‘아가씨’는 제69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을 받는 등 국내외 관객들과 평단에 호평을 받았다.

이 외에도 초등학생들의 우정과 심리를 그린 영화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이나, 꿈 없는 여고생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백승화 감독의 ‘걷기왕’, 노년 여성의 삶과 죽음을 엿본 ‘죽여주는 여자’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해를 시작으로 여성 영화들이 더욱 활기를 찾아 영화계를 더욱 풍성하고, 확장할 수 있게 만들기를 응원한다.